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인 조민 씨가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것을 놓고 여야 간 공방이 펼쳐졌다. 여당 지지자들은 “정의구현”이라며 조씨의 합격을 감쌌지만, 야당과 의료계에서는 “이게 문재인 대통령이 말하던 공정이냐”며 강력 반발했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17일 조씨의 의사고시 합격 소식에 “이제 정권은 공정을 입에 담지도 마라”며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던 이 정권의 구호가 참으로 무색해지는 순간”이라고 지적했다.
조씨는 지난해 9월 정부의 공공의대 추진 등에 반대한 의대생들이 실기시험을 집단 거부할 당시 실기시험을 봤고, 지난 7~8일 필기시험에도 응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결과 발표 이후 조 전 장관의 SNS 등을 위주로 조씨의 합격 소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배 대변인은 “한 달 전 법원은 조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7대 스펙을 모두 위조·허위로 판단했다”며 조씨의 의사고시 자격 요건 자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조 전 장관 일가가 빼앗은 자리는 의사가 되기 위해 밤낮을 지새우며 치열하게 공부한 청년들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도 조씨 합격에 대한 분노의 목소리가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무자격자에 의해 환자의 생명이 위태롭게 된 사태의 책임자들은 즉각 사퇴하라”며 “의사면허증과 가운을 찢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하고 개탄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반해 조 전 장관 및 여당 지지자들은 조씨의 합격 소식에 “실력으로 증명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온라인 친여(親與) 커뮤니티 등에는 조 전 장관과 조씨에 대한 응원글이 이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조씨의 의사고시 합격이 오는 ‘4·7 재·보궐선거’에서 새로운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해 조 전 장관 사태 당시 보수와 진보 진영이 나눠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첨예하게 대립했던 것을 감안하면 또다시 양측 간 갈등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동훈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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