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카카오페이에 따르면 12일 카카오페이카드2의 발급량은 평소보다 1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에도 일평균 카드 발급량의 10배 가까운 카드가 발급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사내에서도 원인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가 발급자들의 유입 경로를 분석한 결과 발급량이 폭증한 이유는 '인증놀이'로 드러났다. 10·20대가 일상정보를 공유하는 '20대 뭐 하지'라는 페이스북 계정에서 카카오페이카드2 뒷면에 새긴 문구를 댓글로 인증하고 있었던 것. 카카오페이카드2는 지난해 8월 출시된 충전식 선불카드다. 카카오페이카드2가 특이한 건 카카오캐릭터 라이언이나 어피치가 새겨진 카드 뒷면에 자기만의 문구를 새길 수 있다는 점이다.
'카드 주인 이쁨+공주', '귀염뽀짝 ◎◎'라는 외모형 문구부터 '네 맞아요. 저 취했어요' 같은 메시지형 문구까지 이색적인 문구 인증이 잇달아 달렸다. '또 긁어' 같은 자기경고성 문구와 함께 '오천억원 들어있는 카드'와 같은 유머성 문구도 있었다. '98년생 호랑이띠 XXX'라는 자기소개성 문구도 올라왔다. 해당 글에 달린 댓글은 2만4000개에 달한다. 카카오페이 담당자도 뒤늦게 글을 확인하고 '당신의 눈동자에 건배'라는 문구를 인증했다.
카드 문구는 특수문자 포함 18글자까지 가능하다. 이른바 '커스터마이징 마케팅'이 카드에 적용된 첫 사례다. 카카오페이카드2를 신청하면 카드번호 노출 여부를 본인이 정할 수 있다. 노출하기를 원하지 않으면 그 자리에 자기가 원하는 문구를 입력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드를 획일적인 결제수단으로만 보기보다는 나만의 카드를 만들 수 있게 해보자는 취지"라며 "카드 디자인도 개인화하려는 수요가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페이카드2는 일반적인 체크카드와 기능이 같다. 충전식 선불카드지만 카카오페이머니와 연결해놓고 쓰면 결제잔액이 부족할 때 자동충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커스터마이징의 매력을 돋보이게 한 건 카카오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라며 "발급건수 대비 사용액이 많지 않더라도 어릴 때부터 카카오페이에 끌어들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은 기존 카드업계로서는 부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