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라는 말이 일상화됐다. 여기저기서 위기라는 말이 습관처럼 들려온다. 서점에 가 보면 책 제목에도 위기라는 단어가 자주 쓰인다. 민주주의 위기, 경제 위기, 금융 위기, 기후 위기, 평화 위기, 코로나 위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기 상황을 분석하고 이를 타개하기 위한 전략을 고민하는 책들이 즐비하다. ‘늑대가 나타날 것’이라는 거짓말을 반복했던 양치기 소년 이야기처럼 “위기의 일상화가 오히려 위기에 둔감하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위기라는 단어를 아무리 자주 사용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엄중하면서도 긴박하다.
《사상 최대의 금융 위기(Der grßte Crash aller Zeiten)》는 요즘 독일 독자들이 가장 열심히 읽고 있는 책 중 하나다. 독일의 저명한 경제전문가 마르크 프리드리히(Marc Friedrich)와 마티아스 바이크(Matthias Weik)가 함께 썼다. 독일의 정치와 경제, 사회가 처한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을 진단하면서 극단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특히 중산층과 서민층이 삶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매우 자세히 안내한다.
저자들은 과도한 부채, 유럽연합(EU)의 경제 위기, 엘리트주의의 실패로 독일이 이미 심각한 위기 상황에 돌입했다고 지적한다. “위기 상황이 현실화될 때 엄청난 후폭풍이 선량한 개인들을 휩쓸어버릴 것”이라고 경고한다. 미국과 중국의 긴장 확대, 느슨해진 EU의 결속력, 거대 첨단기술 기업과 그들의 입맛대로 조정되는 인공지능 등이 금융 위기를 가속화할 또 다른 이유라고 주장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런 위기를 초래한 사람들이 위기를 통해 또다시 막대한 수익을 챙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란 점이라고 설명한다.
2008년 금융 위기는 전 세계 금융 시스템의 기초를 뒤흔들었다. 현재의 금융시장은 당시의 충격파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오히려 더욱 취약해진 상황이다. 저자들은 “2008년 금융 위기로 인한 유럽중앙은행의 대규모 재정 지원과 양적완화, 제로 금리 정책 등으로 위기가 더욱 고조되었다”고 분석한다. “현재의 경제 데이터는 재앙”이라고 비판한다. 엄청난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자본시장에서는 거품 붕괴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저자들은 “화폐 개혁만이 유일한 방법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당장 현실화되긴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결국 정치 지도자와 경제 엘리트는 중앙은행의 화폐 찍어내기를 통한 ‘시간 벌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무책임한 선택이 ‘좀비 회사 증가→끝없는 양적완화→하이퍼인플레이션→거품 붕괴’의 시나리오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개인은 곧 다가올 사상 최대의 금융 위기로부터 어떻게 자신의 자산을 지켜낼 수 있을까. 이 책에선 주식, 채권, 현금, 금, 보험, 부동산, 디지털 화폐 등을 하나씩 짚어본다. 과연 무엇이 믿을 만한 투자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다른 대안은 없는 것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저자들의 예측처럼 ‘사상 최대의 금융 위기’가 조만간 올까. “주변 상황이 위기 직전의 모습을 닮아 있다” “위기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챙길 수 있는 세력이 있다”는 메시지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홍순철 <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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