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 맡겨도 연 2.0% 안팎의 이자를 주는 저축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예금(일명 파킹통장)이 2030세대의 ‘투자용 실탄 창고’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은행 보통예금이나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보다 많게는 세 배 이상 금리를 챙길 수 있어 ‘단타’를 하는 젊은 층이 잠시 돈을 맡겨두는 용도로 각광받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약 3조원이 파킹통장에 유입됐다.
파킹통장 예금, 1년 새 세 배 급증
1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의 주요 저축은행(SBI·오케이·웰컴·애큐온·JT친애·신한·하나·KB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파킹통장(보통예금·저축예금·기업자유예금) 잔액은 3조9857억원으로 2019년 말(1조1783억원)보다 2조8074억원 급증했다. 파킹통장은 예치금액이나 기간, 입출금 횟수에 상관없이 약정이자를 받을 수 있다. 개인만 가입 가능한 저축예금과 주로 자영업자만 들 수 있는 기업자유예금, 보통예금이 파킹통장으로 불린다.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새해 들어서도 20~40대 젊은 층 위주로 파킹통장에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며 “최근 두 달 새 파킹통장 잔액이 6000억원에서 8000억원 이상으로 불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시입출금식 예금 비중이 높은 저축은행도 통상 전체 예금 대비 15% 수준인데, 최근에는 20%를 웃도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 자금 유입이 두드러진다.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연 2.0%) 가입자의 연령대별 비율은 30대가 절반(47.4%) 수준이다. 40대(28.0%)와 20대(12.7%)가 뒤를 이었다. 개인사업자 예금상품인 웰컴 사장님사랑 보통예금은 40대 고객비중이 38.0%로 가장 높았지만 30대(26.2%)의 유입도 두드러졌다.
웰컴저축은행 관계자는 “중장년층의 정기예금 비율이 높은 저축은행업계에서 젊은 층의 자유입출금식 예금 잔액이 늘어나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단타 목적의 주식 투자자금을 잠시 맡기는 용도로 활용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저축은행 파킹통장 예금금리는 연 1.5~2.0% 수준이다. 증권사 CMA 금리 연 1.0% 수준보다 훨씬 높아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파킹통장이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파킹통장 예금금리 내려갈 듯
파킹통장에 돈이 대거 몰리자 저축은행들은 수신 금리를 내리고 있다. 예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리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플랫폼 고객 확보를 위해 입출금이 제한되는 정기예금 금리보다 자유입출금식 상품의 금리를 높게 유지하기도 한다”며 “하지만 지금처럼 잔액이 불어나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페퍼저축은행은 지난 7일 자유입출금식 예금인 페퍼루저축예금 금리를 연 1.7%에서 1.6%로 소폭 인하했다. SBI저축은행과 오케이저축은행, JT저축은행도 지난해 연 2.0%로 내놨던 비대면 보통예금 금리를 연 1.3%까지 끌어내렸다. 웰컴저축은행도 연 2.5%의 웰컴 직장인사랑 보통예금 금리를 연 2.0%로 내렸다.
반면 정기예금 금리는 올리고 있다. 중장년층의 자금이 주식 투자 등을 위해 이탈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금리는 지난해 9월 연 1.6%대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12월 연 1.91%까지 올랐다. 13일 기준으로는 연 1.86%를 유지하고 있다. 오케이저축은행은 OK읏샷정기예금금리를 연 1.5%에서 1.8%로 올려 1000억원 한도로 특판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