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를 숨지게 한 양부모들이 첫 재판이 열리기 이틀 전 법원에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신혁재)는 지난 13일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으로 구속기소된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 안모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양모 장씨는 앞선 11일 자필로 작성한 두 장의 반성문에서 "훈육이라는 핑계로 짜증을 냈다. 다시 돌아가면 손찌검하지 않고 화도 안 내겠다"고 썼다. 그는 "아픈 줄 모르고 아이를 두고 나갔다 왔고, 회초리로 바닥을 치면서 겁을 줬다"고 인정했다.
이어 "정인이가 숨진 날은 왜 그렇게 짜증이 났던 건지 아이를 때리고 들고 흔들기까지 했다"며 "내가 죽고 정인이가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부 안씨는 "아이의 어린 친모가 온갖 두려움을 이겨내며 지켰던 생명을 제가 너무 허무하게 꺼뜨려 버린 것 같아 이 죄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아이를 입양하고 양육하는 일을 너무 가볍게 여겼다"고 했다.
이어 "아파도 응급실에 바로 데려가지 않은 것은 무심했다. 육아를 전적으로 아내에게만 부담하게 해 결국엔 아이가 사망하게 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첫 공판기일에서 양부모 측 변호인은 장씨가 정인양을 상습 학대했다는 혐의에 대해선 "양육 과정에서 육아 스트레스로 정서적 학대 사실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지속적이지 않고 화가 났을 때 간헐적으로 있었던 일"이라며 "심지어 학대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변호인은 "(사망 당일) 정인양이 밥을 먹지 않아 그날따라 더 화가 나서 평상시보다 좀 더 세게 누워 있는 정인양의 배와 등을 손으로 때리거나 떨어뜨린 사실이 있지만, 췌장이 끊어질 정도로 강한 근력을 행사한 사실은 없다"면서 "일부 폭행 또는 과실로 인한 행위와 사망에 인과관계가 있을 순 있지만, 고의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건 아니었다"고 했다.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이다.
반면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주위적으로 살인, 예비적으로 아동학대 치사로 바꾸는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 신청 경위에 대해 "기소 이후 받아본 프로파일링 결과가 유의미해 재감정, 보강 수사를 했다"며 "피고인이 지속적인 학대로 피해자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복부에 강하게 위력을 가하면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밥을 먹지 않는 등의 이유로 피해자를 강하게 흔들고, 발로 피해자의 배를 밟는 등의 충격을 가해 피해자가 췌장 절단, 복강내 출혈 등의 이유로 사망토록 했다"고 설명했다.
정인이 양부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은 다음 달 17일 열린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