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카’(사진) 제조가 자동차 업체엔 ‘독이 든 성배’와 같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마진이 적은 데다 경쟁 전기차(EV) 브랜드만 키워주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애플카 출시는 ‘빅딜’이 될 수 있지만, 이를 계약 생산하는 제조업체엔 고통이 따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애플카 개발 및 생산 관련 협업 방안을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진 뒤 현대차 주식은 지난 8일 19% 급등했고, 11일에도 9% 추가 상승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는 8일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았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가 없다”고 공시했다.
WSJ는 현대차가 애플과 협력할 경우 막대한 전기차 개발비용을 분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관측했다. 또 전기차 분야에서 매출도 확대할 수 있다. WSJ는 “현대차는 아마 대만의 폭스콘이 아이폰에서 하는 역할과 비슷한 생산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면서도 “애플카 제조와 관련한 모든 장점을 감안해도 그새 현대차의 시가총액이 150억달러 가까이 늘어난 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즉 협상 결렬 위험이나 프로젝트가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할 리스크를 제외하고도 제조개발생산(ODM)은 그다지 매력적인 사업이 아니라는 얘기다.
한 예로 캐나다의 자동차 부품사인 마그나인터내셔널은 재규어의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I-페이스를 ODM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수익성이 거의 없다. 마그나의 완성차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018년 1.1%, 2019년 2.1%로 이 회사의 부품 사업에 비해 더 낮은 수익성을 보여왔다. WSJ는 “자동차 업체가 EV ODM을 추구하는 전략은 애플처럼 막강한 브랜드와 함께하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막다른 골목으로 달려가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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