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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버스전용차로 한복판에 잔디 깐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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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중앙버스전용차로(사진) 한복판에 잔디를 심는 사업을 추진한다. 도시 미관을 개선하고 도로의 열섬 현상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라지만 시민들의 혈세를 불요불급한 곳에 쓰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오는 4월 강남역과 중랑역 인근 중앙버스전용차로 2개 구간(양방향 4개 정류소)에 녹지 공간을 시범 조성할 계획이다. 버스의 양쪽 바퀴가 지나가지 않는 차로 중앙부 폭 80㎝에 잔디를 심는 방식이다. 시는 시범사업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본 후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중앙버스전용차로 ‘PC(precast concrete: 콘크리트 부재 사전제작) 포장’ 사업의 일환이다. 중앙버스전용차로의 경우 무거운 버스가 지나다니는 탓에 아스팔트 포장 수명이 평균 3~4년에 그친다. 이런 아스팔트에 비해 강성이 높은 PC 포장의 수명은 25~30년에 달한다.

PC포장 도로에 잔디가 깔리면 도시미관이 개선되고, 여름철 노면 온도가 내려가 열섬 현상도 줄어들 것으로 서울시는 기대하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에선 이미 버스와 노면전차(트램) 주행도로 중앙부에 잔디를 심은 사례가 있다. 이번에 시범사업을 하는 중앙정류소 진입 양방향 200여m 구간 도로에 PC 포장을 하고 잔디를 조성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4억~5억원 수준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체 비용 4억~5억원 중 잔디를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000만원 안팎”이라며 “생육 환경이 좋지 않은 만큼 잔디는 연 1회 교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앙버스전용차로 잔디 사업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버스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겨울철 제설제 사용 등으로 잔디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40대 A씨는 “코로나19로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받고 취약계층은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굳이 중앙버스전용차로 잔디 사업에 세금을 써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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