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처리와 관련해 지도부 비판론이 대두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당론으로 급하게 12월 임시국회 통과를 추진하면서 법이 졸속으로 처리됐다는 지적이다. 법 개정 과정에서 부작용을 막을 다각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중대재해법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민주당 의원은 174명 중 156명에 그쳤다. 민주당이 사실상 당론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한 것에 비춰보면 예상 외로 적은 찬성표라는 것이 정치권의 평가다. 이원욱 의원이 법안에 반대했고 김경만 김주영 박용진 장철민 의원 등은 기권했다. 이광재 최인호 이재정 의원 등 일부 의원은 법안 표결 자체에 불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당대표가 당론처럼 법안 처리 방침을 정해버리고 추진한 건 문제가 있다”며 “이렇게 논란이 되는 법안을 제정할 때는 소관 상임위원회 차원에서 여러 차례 공청회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철민 의원은 “처리 과정에 아쉬움이 있어 기권표를 던졌다”며 “중대재해법을 이대로 적용한다면 현장에서 기업과 노동자만 고통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대·기권표를 던진 의원들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보완 입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 본부장 출신인 김경만 의원은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영계를 더 압박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개정 과정에서는 처벌 강화보다는 사고 예방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출신인 김주영 의원도 “자칫 산업재해는 줄이지 못하면서 로펌만 돈을 벌게 해주는 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찬성표를 던졌던 의원 사이에서도 법 개정 과정에서 처벌 강화와 확대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송기헌 의원은 노동계가 요구하는 ‘5인 미만 사업장’의 처벌 대상 포함에 대해 “대부분의 5인 미만 사업장은 대기업이 아니라 우리 이웃이자 생활의 장”이라며 “예를 들어 동네 중식당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중식당 사장에게까지 징역 30년의 처벌이 가능한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는 것이 국민의 법 감정에 합당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그는 “시행령을 통해 업종별, 기업 규모별로 최대한 명백하게 의무를 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향자 의원은 “국가 인증을 받은 전문기술보유업체에 안전 관리를 맡긴 기업은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일단 중대재해법을 제정한 뒤 조속히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표는 8일 국회 본회의에 앞서 “부족하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출발로 삼고 계속 보완과 개선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유례가 없는 법이라 어떤 여파를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면 다시 법 개정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소현/이동훈/조미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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