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 거창하나 끝이 초라함을 이름-<벽암록(碧巖錄)</strong>
옛날 중국의 용흥사라는 절에 진존숙이라는 명승이 있었다. 진존숙은 부처님께 기도를 올리고 나면 지푸라기로 짚신을 삼았다. 그는 짚신을 한 켤레씩 짝을 맞춰 산길의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궁금해서 물었다. “스님, 왜 짚신을 만들어 매달아두시는지요?” 스님이 답했다. “먼 길을 가다 보면 짚신이 낡아 발이 불편한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그들의 발을 편하게 하고자 함이지요.”
어느 날 용흥사에 낯선 스님이 찾아왔다. 진존숙은 그와 선문답을 하게 되었는데, 첫마디를 건네자마자 다짜고짜 소리를 질렀다. 진존숙은 속으로 ‘도가 깊은 스님이신가’하고 다시 말을 건네니, 또다시 버럭 역정을 냈다. 진존숙이 그에게 말했다. “겉보기에는 용의 머리를 닮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뱀의 꼬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얼굴을 붉히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용두사미(龍頭蛇尾)라며 그 스님을 비웃었다. 송나라 때 불교 서적 <벽암록(碧巖錄)>에 나오는 얘기다.
용두사미(龍頭蛇尾)는 ‘용의 머리와 뱀의 꼬리’라는 뜻으로, 시작은 거창하지만 끝이 보잘것없고 초라함을 일컫는다. 흔히 ‘시작이 반’이라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마무리다. <시경>에는 ‘백 리 길을 가는 자는 구십 리를 절반으로 친다(行百里者半九十)’는 말이 있다. 천하통일을 앞둔 진왕(후에 진시황)이 자만에 빠져 국정을 소홀히 하자 구순의 어느 노인이 찾아와 진언하면서 했다는 말이다.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중요하니 끝부분에서 다시 마음을 다잡으라는 뜻이다. 진왕은 이 말을 새겨 천하통일을 완성했다고 한다.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유혹은 ‘미룸’이다. 미룸의 유혹은 수시로 ‘내일’이라는 미끼를 던진다. 그 미끼를 물면 대개 ‘용두사미’가 된다. 시간만큼 잰걸음은 없다. 뜻을 세웠다면 시작하고, 시작했다면 마무리를 짓자. 성공만이 마무리는 아니다. 일에 매듭을 짓는 것, 그게 바로 마무리다. 2021년 새해가 밝았다. 정초에 세운 뜻이 올 한 해 내내 꺾이지 않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