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변호사시험에서 한 법학전문대학원의 모의고사에 나왔던 문제와 매우 유사한 문제가 출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의 응시 불허 논란과 고사장별 부정행위 기준이 제각각이었다 논란 등에 이어, 이번 시험을 둘러싼 잡음이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변시 문제, 모의고사와 매우 유사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음 법률사무소의 강성민 변호사(변시 4회)는 지난 5일 출제된 이번 변시의 공법 기록형 과목 문제가 A 로스쿨의 모의고사에 나왔던 문제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번 공법 기록형 과목은 법률상담일지 지문을 제시한 후, 이를 바탕으로 응시자들이 소장 서면을 작성토록 하는 형태로 출제됐다.이번 변시에선 토지보상법상 공공수용에 관한 쟁점에 대해 주위적 무효와 예비적 취소를 구하는 형태의 문제가 출제됐다. 강 변호사는 이 문제 구조가 A로스쿨의 모의고사로 나왔던 것과 매우 유사하다고 꼬집었다. 강 변호사는 “원고가 우연히 종중이고, 우연히 수용재결과 이의재결을 묶어서 무효확인을 구하고, 우연히 그 무효사유가 보상금 공탁이고, 우연히 예비적 청구는 보상금증감청구소송”이라고 말했다.
이번 문제의 경우 시중 문제지 등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없는 ‘특수 쟁점’이었다는 게 강 변호사의 주장이다. 일반 쟁점이 아니었던 만큼 모의고사를 통해 해당 문제를 미리 접해본 A로스쿨 출신 수험생들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강 변호사는 “특정학교에서 해당 문제를 푼 학생들만 이익을 보는 것이고 사실상 대부분의 수험생에겐 불의타(불의의 공격) 문제가 되는 것”이라며 “이게 과연 공평한 일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에 A로스쿨의 한 교수가 이번 변시 문제 출제위원으로 참여해 출제 부정을 저지른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그러나 법무부는 이날 “공법 기록형 문제 출제위원 중 해당 로스쿨 소속 교수는 없다”며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법과 원칙에 따라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철 변호사는 SNS에 “(만약 사실이라면) 변호사시험의 공정성에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라고 썼다.
고사장별 제각각 ‘줄긋기’ 허용 기준
이번 변시에서 논란이 빚어진 것은 처음이 아니다. 법무부는 앞서 코로나19 확진자는 올해 변시를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가 시험 전날 부랴부랴 코로나19 확진자도 시험을 치를 수 있다고 변경했다. 일부 수험생들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 청구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헌법재판소는 변시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지난 4일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기 때문이다.다행히 실제 코로나19 확진 응시생은 나타나지 않아 큰 혼선은 없었다. 하지만 법무부의 준비 절차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시험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부정행위 기준이 고사장마다 달라 형성평 논란이 제기됐다. 법무부는 논술 시험 과목 때 응시생들에게 참고용으로 ‘시험용 법전’을 제공한다. 법무부 규정에는 "시험용 법전은 시험이 끝나면 답안지와 함께 제출해야 하고, 4일 동안 사용되므로 다른 사용자를 위해 낙서나 줄긋기 등을 해선 안된다"고 적시돼 있다. 법전에 포스트잇 등 부착물을 사용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시험용 법전을 회수했다가 다시 무작위로 나눠주는 게 아니라, 응시생 한명에게 개인용 법전을 제공해 계속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고사장에서는 시험용 법전에 줄긋기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자 법무부는 전날 “일부 현장 시험관리관들 사이에 혼선이 발생했다”며 “사전에 통일된 수칙 전달 및 이행이 원활하지 않아 응시자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널리 양해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올해 변시의 경우 지난 5일 시작돼 오는 9일까지 치러진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시험이 진행되는 5일 동안 법무부의 각종 관리부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