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도 청약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고 있다. 집값과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청약 시장의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어서다. 지난해 상반기만해도 미분양 내지 1순위 미달이 나왔던 지역에서조차 1순위 경쟁률이 상승하면서 70점이 넘는 이른바 '고점 통장'들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호반건설과 호반산업이 짓는 ‘호반써밋 그랜드마크’에 최고 가점으로 74점 통장이 나왔다. 최저가점은 20~30점대도 있지만, 인기 있는 블록의 전용 84㎡의 평균가점은 50점을 대부분 넘었다.
충남 아산시 탕정면 갈산리 일대 분양하는 이 단지는 지난달 16개 주택형의 1순위 청약에 6만6695명이 몰리면서 평균 47.17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아산에서 받은 아파트 청약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달 18일부터 천안을 비롯한 지방을 규제지역으로 묶으면서 아산은 비규제지역으로 남게 되면서 반사이익을 얻었다. 전용면적 85㎡ 미만에 추첨물량이 있었지만, 규제를 피한 청약자들이 몰리면서 고점 통장들도 신청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전북 전주 완산·덕진구가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되면서 1순위 마감의 수혜를 입은 완주군 삼봉지구에서 공급된 아파트 역시 가점이 높았다. 중흥토건이 짓는 '완주 삼봉지구 B-3블록 중흥S-클래스 에듀파크'에 75점 통장이 나왔다. 평균 가점은 46.78점에 불과했지만, 이전까지 1순위에 미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실수요자들이 움직인 것으로 평가된다.
가점이 치솟은 건 비규제지역 뿐만이 아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후 부동산 열기가 주춤해졌다고 평가받던 충북 청주시에서도 고점 통장들이 속출했다. 1년 전보다 청약경쟁률은 낮아졌지만, 당첨 가점이 여전히 높았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가경동에 공급한 '가경 아이파크 5단지'는 전용 101㎡에서 76점 통장이 나왔다. 전용면적 84~116㎡에서 5개 주택형에서 가장 낮은 커트라인은 57점이었다. 평균가점이 61~67점으로 모두 60점대를 넘었다. 이 아파트는 542가구 모집하는 1순위에 2만2626명이 몰려 평균 41.8대 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주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기 전이었던 2019년 12월 분양됐던 4단지는 평균경쟁률이 89.5대 1에 달했다. 당시 최고 가점은 74점이었다. 경쟁률이 93.8대 1에 달했던 84㎡의 당첨 평균 가점은 65점, 84㎡B형은 59점이었다.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고 경쟁률은 떨어졌지만, 실수요자들의 통장사용이 늘면서 평균 가점은 더 높아지게 됐다.
청약 시장에서는 높은 가점의 통장이 많아질수록 실수요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집값이나 전셋값 흐름과도 연관이 있다. 무주택 기간이 길수록 가점이 높다보니, 전셋값이 오르면 무주택자들이 청약시장에 유입되곤 한다. 서울 및 수도권에서 나타났던 이러한 현상이 지방까지 확산된 까닭은 집값과 전셋값의 상승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작년 12월 전국 주택종합 매매가격은 0.90% 상승해 2008년 6월(1.15%) 이후 12년6개월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0.17%→0.26%)을 비롯한 수도권(0.49%→0.66%), 지방(0.58%→1.12%), 5대 광역시(1.01%→1.79%), 8개도(0.29%→0.68%) 등이 모두 상승 폭을 늘렸다. 특히 지방과 5대 광역시는 1% 넘게 뛰었다.
전국 전셋값은 0.97% 상승해 2011년 9월(1.33%) 이후 9년 3개월 만에 최고로 올랐다. 서울(0.53%→0.63%)을 포함한 수도권(0.74%→0.89%) 전체적으로 전셋값이 오르는 와중에 지방(0.58%→1.03%)은 상승률이 전달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5대 광역시(0.78%→1.56%), 8개도(0.38%→0.59%) 모두 전셋값이 강세였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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