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이 인사고과를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는 파격적인 인사실험에 나선다. 임직원 역량 극대화를 목표로 기존 인사제도를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이다. 그룹의 대대적인 인사혁신은 2002년 직무급제를 도입한 이래 19년 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선 파격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김윤 회장(사진)의 뜻에 따른 것이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6일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직원 고과 평가방식을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로 바꾸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상 상대평가 시스템은 S, A, B, C 등 등급별로 조직 내 비율이 정해져 있다. 우수한 성과를 달성하더라도 다른 직원의 성과 수준에 따라 적합한 등급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룹은 기존에 합의한 성과목표를 기준으로 등급을 매기는 절대평가 시스템을 시행하기로 했다. 성과만 우수하다면 조직 내 전원이 최고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성과가 목표에 미달하면 전원이 최하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는 민간 기업에서 절대평가 시스템을 도입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 삼양그룹은 1924년 설립돼 올해로 창립 97년째를 맞았다.
김 회장은 회사가 성장하기 위한 1순위 과제로 조직 내 협업문화 조성을 꼽고 있다. 이를 위해 인사 평가제도의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김 회장은 절대평가 도입을 통해 조직 내 경쟁이 아닌 서로 간의 협업을 통해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역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합의한 목표 달성 수준에 따라 평가등급이 결정되기 때문에 개인별 고과에 대한 직원들의 반발도 적다는 것이 그룹의 설명이다.
김 회장은 목표 달성에 대한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약속했다. 지금까지 성과급 지급 기준은 그룹 전체에 일괄 적용됐다. 올해부터는 같은 조직에 속해 있더라도 사업 성과에 대한 파급력 및 업무 특성에 따라 차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면 기존에 비해 더 높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성과가 높은 직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보상과 인정을 통한 동기부여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밖에도 그룹은 상무, 부사장, 사장 등 임원 호칭을 폐지하고 BU(Business Unit)장, PU(Performance Unit)장 등 직무 중심으로 바꿨다. 사업과 직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수평적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삼양그룹 관계자는 “개인의 역량 향상을 위한 노력이 조직의 성장과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새로운 인사제도를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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