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1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정부가 지난해 11월말 강화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도입하고, 은행에도 ‘신용대출 자제’를 요청한 결과가 나타났다는 분석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 국민 우리 하나 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해 12월말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33조6482억원으로 11월말(133조6482억원)에 비해 444억원 감소했다. 5대 은행의 월간 신용대출 잔액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작년 1월 이후 11개월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시장과 부동산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가면서 5대 은행 신용대출은 폭등세를 보였다. 지난해 8월(4조704억원)과 11월(4조8495억원) 두 차례 월간 증가액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정도였다. 이에 정부는 DSR 규제를 도입하고, 은행에 월별 '가계대출 총액 한도'를 제시하는 등의 초강력 억제책을 폈다.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줄면서 전체 가계대출 규모(개인 주담대 포함)도 진정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12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670조1539억원으로 11월(666조9716억원)에 비해 3조1824억원 늘었다. 11월의 증가폭(9조4195억원)의 3분의 1 가량이다.
5대 은행의 대기업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전달 대비 각각 4조8477억원, 7879억원 감소했다. 은행 관계자는 “연말 재무제표를 관리하기 위해 기업들이 보유 현금으로 대출을 갚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인 규모로 줄어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대비를 위해 대출액을 늘렸던 반작용으로 기업들이 꾸준히 빚을 갚고 있다는 분석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잔액은 270조8672억원으로 한 달간 1조2921억원 늘었다. 월별 잔액이 ±0.5% 가량 움직이는 개인사업자 대출은 작년 3월 이후 매달 잔액이 1~2% 가량 불어나고 있다. 빚을 내 버티고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지난달 은행들이 비대면 신용대출 취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연말 자금이 부족한 개인사업자들이 곤란을 겪기도 했다.
연말 가계대출을 조였던 은행들은 다시 대출 재개, 한도 상향 등에 나설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24일부터 중단했던 비대면 ‘하나원큐 신용대출’을 5일부터 판매하기로 했다. 국민은행은 작년 9월 최대 2억원으로 조였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신용대출 한도를 이날부터 3억원으로 다시 상향한다. 은행 관계자는 “여전히 자금 수요가 많아 신용대출 증가세도 지속되겠지만, 개인별 DSR이 강화돼 작년 같은 ‘급등세’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아/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