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학개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거셌던 해외주식 직접 투자 열풍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해외주식에 눈길이 가도 큰 변동성, 정보 습득의 어려움,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에 대한 우려 등으로 개별 종목 투자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이런 투자자들이라면 개별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난도가 낮은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나을 수 있다. 시카고옵션거래소 산하 ETF닷컴과 CNBC 등이 제시하는 ‘미국 투자자문사들이 꼽은 올해 유망 ETF’를 소개한다.
소형주 중에서도 퀄리티 주식
상당수 글로벌 투자은행(IB)과 자문사는 올해 증시에서 소형주·가치주가 되살아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샘 허스초 SGH웰스매니지먼트 설립자는 이런 관점에서 ‘인베스코 S&P SmallCap Quality(XSHQ)’를 추천했다. 이 ETF는 미국 소형주 지수인 ‘S&P 스몰캡600 퀄리티 인덱스’를 따라간다. 그는 소형주 내에서도 퀄리티 팩터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퀄리티 스타일은 안정적인 현금흐름과 재무제표를 보유한 주식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질적 지표가 우수한 회사를 선별하기 때문에 수익률이 좋으면서도 변동성이 낮은 게 특징이다. 경기 변동성이 클 때 유용한 방식이다.허스초 설립자는 “기업 이익의 질과 레버리지 등 기준을 통해 부실 요인을 제거한다면 소형주 프리미엄이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해 4분기부터 그런 움직임이 나타났고 올해는 대형주와의 격차를 더 좁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ETF가 많이 보유한 종목으로는 브룩스오토메이션, 엑스포넌트, 프로토랩스, SD-40, 파워인티그레이션, 스탬스닷컴 등이 있다.
글로벌 혁신기업 분산 투자
올해도 글로벌 혁신기업에 대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맷 카발로 카디널포인트웰스매니지먼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ARK Innovation(ARKK)’을 톱픽으로 꼽았다. 아크인베스트가 만든 이 ETF는 러셀 중형성장주 지수에 기반하지만 ‘파괴적 혁신’에 가치를 두고 각종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많은 ETF나 투자사가 테슬라가 고평가돼 있다는 이유로 포트폴리오에 담기를 꺼릴 때 테슬라를 10% 이상 편입해 지난해 150%에 육박하는 수익을 낸 상품이다.현재 포트폴리오에는 테슬라(10.86%)를 비롯해 로쿠(6.94%), 크리스퍼테라퓨틱스(5.57%), 스퀘어(5.57%) 등이 담겨 있다. 카발로 CIO는 “급격히 변하는 경제 여건에 맞춰 전자상거래, 원격의료, 블록체인 등 새로운 영역에 초점을 맞춘 펀드”라며 “테슬라 테마를 넘어 S&P500 지수에 편입되지 않은 모더나, 스퀘어, 도큐사인 등 기업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분산 투자해왔다”고 설명했다.
재무제표 탄탄한 대형주
마르게리타 쳉 블루오션글로벌웰스 최고경영자(CEO)는 ‘First Trust Capital Strength(FTCS)’와 ‘First Trust NASDAQ Cybersecurity(CIBR)’ 두 종목을 추천했다.FTCS는 10억달러 이상의 현금 보유, 장기채무 비율 30% 미만, 자기자본이익률(ROE) 15% 이상 등의 요건을 갖춘 재무제표가 탄탄한 기업에 초점을 맞춘 대형주 펀드다. 미국 대형주 지수인 러셀1000 지수를 기초로 가민, 허니웰인터내셔널, 일라이릴리, 에스티로더, 올스테이트, 액센츄어PLC 등 종목을 담고 있다.
CIBR은 사이버 보안 관련주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모닝스타 US 테크놀로지’ 지수 기업들을 편입하고 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7.1%로 가장 비중이 높고 지스케일러(6.72%), 액센츄어PLC(5.71%), 시스코(5.64%) 등으로 구성됐다. 쳉 CEO는 “사이버 보안 관련주를 투명하게 분산 투자하고자 할 때 좋은 상품”이라고 추천했다.
경기회복 기대주와 친환경 테마
ETF 전문 자문사인 아스토리아포트폴리오어드바이저는 새해 유망한 주식 테마로 ‘금속·광산’ ‘친환경 에너지’ ‘중국’을 꼽았다. 경기 회복 기대와 친환경 에너지 규제 완화란 흐름에 맞는 테마다. 존 대비 아스토리아 CIO는 블랙록과 스테이트스트리트 등이 운용하는 대표 글로벌 금속 및 광산업체 ETF를 추천했다.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선 ‘iShares Global Clean Energy(ICLN)’를 최선호주로 꼽았다. 지난해 주가가 900%가량 뛴 전기차 배터리 부품회사 플러그파워 등을 담고 있다. 대비 CIO는 이 ETF는 올해도 30% 이상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테마주로는 ‘iShares MSCI China(MCHI)’를 추천했다.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