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는 슬로건을 전면에 내세우며 집권했다. 그러나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임명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대하는 모습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모습을 문재인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변창흠 임명에 한목소리로 규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9일 변창흠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이 과정에서 변창흠 장관의 '구의역 막말' 논란에 대해 "충분히 비판받을 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변창흠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변창흠 장관은 이번 인사청문회 국면에서 과거 스크린도어 수리 작업 도중 숨진 '구의역 김군'을 향해 "걔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한 사실이 재차 조명받으며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강민석 대변인은 장관 임명장 수여식 뒤 환담 관련 브리핑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변창흠 장관에게 '청문회에서 따갑게 질책을 받았고, 본인도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구의역 김 군과 관련한 발언은 안전-인권 문제라든지 비정규직 젊은이가 꿈을 잃게 된 점 등을 감안하면 충분히 비판받을 만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변창흠 장관은 "부덕의 소치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 안전 문제를 확실히 챙겨서 국민께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고 강민석 대변인은 전했다.
변창흠 장관을 향한 비판은 내정부터 임명까지 보수진영과 진보진영 모두에게서 쏟아져나왔다. 국민의힘과 정의당은 '사람이 먼저다'라고 국정 철학을 내건 정부에선 변창흠 장관이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민심이라고 꼬집었다.
갈 길 먼 중대재해법…"사람이 먼저 맞는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국면에서도 문재인 정부는 '사람이 먼저'라는 기조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정의당과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등은 오늘로 2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안을 제시했지만 정의당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비판에 나섰다.정호진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에 대한 정부안은 단일안이 아니라고 법무부가 밝혔다"며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누더기 정부안도 문제인데 심지어 아직까지 단일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강은미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포함해 3당의 법안이 4개가 발의됐다"며 "도대체 그동안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기에 아직까지 단일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냐"고 지적했다.
이어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정부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라며 "취지의 훼손 없이 임시국회 내에 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적극 나서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