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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세계 경제에서 영원히 바뀐 10가지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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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는 1년 내내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줬습니다. 유례 없는 코로나 사태는 77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영원히 변화시키는 단초가 됐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영구적으로 바뀐 10가지’를 블룸버그가 29일(현지시간) 소개했습니다. 모두 경제적 측면에서 바라본 겁니다. 로봇의 확대와 화이트 칼라 직종의 재택 근무 정착, 글로벌 불평등 심화 등이 대표적입니다. 영원히 바꾸었는지 확신할 수 없지만, 이 변화는 상당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1. ‘빅 브라더’의 도래
글로벌 보건 위기 속에서 큰 정부가 다시 유행처럼 찾아왔다. 철학자 토마스 홉스가 인용했던 전설 속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Leviathan)을 연상케 한다. 정부는 국민들이 어디에 다녀왔고, 누구를 만났는지 추적했다. 고용주가 임금을 지불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 직접 개입해 대신 주기도 했다. 자유시장주의는 후퇴했다.

컨설팅 업체 매킨지에 따르면, 각국 정부는 올해 11조달러에 달하는 예산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 적자가 심각해졌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바뀌고 있다. 낮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정부 여력이 커졌기 때문에 재정 확대 정책을 더 적극적으로 펴야 한다는 현대통화이론이 대표적이다.
2. 마구 넘쳐나는 유동성
각국 중앙은행들이 돈을 마구 찍어내기 시작했다.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양적 완화를 강화해 정부 부채를 대폭 늘렸다.

시중에 넘쳐나는 유동성은 투기와 투자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광풍이 불었다. 많은 부문에서 도덕적 해이를 걱정할 정도였다. 기업들은 신규 투자 대신 돈을 쌓아뒀다.

지금과 같은 저금리 기조는 훨씬 오래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3. 급증한 좀비 기업들
생명줄과 같은 정부의 자금 공여로 버티는 기업이 급증했다. 선진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제조업체 등 비금융사들은 올 상반기에만 3조3600억달러를 순차입했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거나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자 기업들 수익이 급감했다. 재무제표가 나빠지면서 지불 능력이 형편없이 떨어졌다. 이른바 ‘좀비 기업’들이 다수 탄생했다. 벼랑 끝에서 정부 지원만으로 버티는 기업이 많다는 얘기다.

이들은 자유 경쟁 체제에선 살아남을 수 없다. 근본적으로도 기업 생산성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4. 국가간 불평등 확대
가난한 국가들은 일자리와 기업을 보호할 자원이 턱없이 부족하다. 선진국과 달리 코로나 백신을 구입할 돈도 없다. 허리띠를 좀 더 졸라 매거나, 자본 이탈 위험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코로나 사태는 국가 간 뿐만 아니라 국가 내의 빈곤 격차를 확대했다는 게 세계은행의 경고다.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현재의 개발도상국들이 향후 10년 내 더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채권국 모임인 G20(주요 20개국)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들을 돕기 위해 채무유예 등 조치를 취했지만 한계가 뚜렷하다. 민간 투자사 등은 이런 채무유예 조치와 관계없이 얼마든지 상환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K자형 양극화 심화
코로나 사태 후 고객 접촉이 많은 서비스 부문의 저임금 일자리가 먼저 사라졌다. 부자들이 움직이고 있는 금융 시장은 훨씬 빨리 회복됐다. 회복 양상이 K자형으로 양극화돼 나타났던 것이다.

양극화는 계층과 인종, 성별 등에 따라 다양하게 표출됐다.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타격을 더 받았다. 이들이 주로 종사하는 업종이 더 많은 충격을 받은 탓도 있지만 코로나 사태 속에서 육아 부담을 떠안은 측면도 있다. 캐나다에선 여성들의 노동 시장 참여가 1980년대 중반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6. 로봇의 급부상
사회적 거리두기 관행은 새로운 기기를 더 빨리 도입하도록 만든 원동력이 됐다. 바로 로봇이다. 사람들 간 신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안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호텔에서 체크인할 때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식당에서 샐러드 양을 배분하거나, 톨게이트에서 요금을 징수할 때도 마찬가지다. 로봇이 활약하는 온라인 쇼핑도 극적으로 확대됐다.

로봇의 등장은 경제를 더 생산적으로 만들 것이다. 불행한 점은, 코로나 사태가 끝났을 때도 로봇이 여전히 중요한 자리를 차지할 것이란 점이다. 인간의 일자리는 그 만큼 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사람들이 일터를 오래 떠나있을수록 숙련된 기술력이 쇠퇴할 수 있다. 효용성이 줄어드는 것이다. 일부 경제학자들이 ‘히스테리시스’(hysteresis·한 번 파괴된 뒤 결코 회복되지 않는 이력 현상)로 부르는 바로 그것이다.
7. 조용해진 사무실
재택근무가 일상화했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2는 재택근무자들에 의해 창출됐다는 보고가 있다. 상당수 기업이 내년 말까지 재택근무 체제를 유지할 것이다. 일부는 유연 근무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임직원에게 새로운 선택권을 주고 있다. 이런 현상은 ‘사무실 근무 체제’에 의존해온 직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상업용 부동산과 식당·카페, 교통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화상회의 시스템 업체인 줌이 올해 펄펄 날았던 것처럼, 새로운 산업엔 커다란 기회가 됐다. 도시민들은 교외와 시골로 몰려갔다. 외곽 지역의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8. 여행 산업의 몰락
거의 모든 종류의 여행업이 타격을 받았다. 유엔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글로벌 관광이 전년 대비 72% 급감했다. 매킨지는 기업 출장의 4분의 1이 영원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온라인 회의의 편리성을 경험한 덕분이다.

축제 콘서트 등의 대규모 이벤트는 줄줄이 취소됐다. 코로나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여행 산업은 전과 같지 않을 것이다. 공연 전문가인 라미 헤이칼은 “앞으로 콘서트가 어떻게 바뀔지 진짜 모르겠다”며 “다만 인파가 몰리는 장소를 피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여행자들은 ‘건강 증명서’를 소지해야 공항 보안검색대를 통과할 수도 있다. 홍콩의 한 기업은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는 사람들의 옷과 소지품을 40초 내에 소독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
9. 역(逆) 세계화 물결
코로나 사태 초기에 ‘세계의 제조 공장’으로 통하는 중국이 대거 공장 문을 걸어 잠갔다. 글로벌 공급망에 충격이 왔다.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중국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예컨대 스웨덴의 한 ‘패스트 패션’ 의류업체는 생산 시설을 중국 공장에서 같은 유럽 내 터키 공장으로 이전했다.

코로나 사태 후 산소호흡기나 마스크가 보건 필수품으로 급부상했다. 미국 등 각국은 이런 물품을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해외 수입에 의존하던 관행을 바꾸고, 자국 내 직접 생산을 대폭 강화했다. 이른바 역(逆) 세계화다.
10. 글로벌 친환경 바람
사람들이 건강에 신경을 더 쓰게 되면서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만 해도 석유가 초래할 환경 위험 등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대부분 환경주의자였다.

지금은 다르다. 영국 등 여러 정부는 2035년까지 신규 내연엔진 자동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초 취임 당일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한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됐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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