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가장 우호적인 기성언론 중 하나로 꼽힌 보수성향 미국 일간지 뉴욕포스트가 28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얼굴과 함께 "미친 짓을 그만하라"는 문구를 1면 전면에 냈다. 대선 결과를 뒤집을 수 없으니 불복을 그만두라는 사설도 함께 실었다.
이날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포스트는 1면에 트럼프 대통령 얼굴과 함께 "미친 짓을 그만둬라"는 문구를 썼다. 밑엔 "당신은 선거에서 졌다"며 "지금까지 해온 업적을 보존할 방법을 제시한다"는 부제를 달았다.
뉴욕포스트는 이날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거짓 주장을 끝내야 할 때"라며 "당신과 미국을 위해 이만 포기하라"고 썼다. 이어 "대통령이 선거를 조사할 권리가 있는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조사에서 어떤 부정선거 증거도 찾아내지 못했다"며 "패배해서 화가 났겠지만 불복 소송을 계속 밀어붙이면 결국 파멸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선 불복을 고집하면 당신은 혁명가가 아니라 무정부주의자로 기억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불복 대신 자신의 영향력 강화에 힘을 쏟을 때라고 주장했다. 공화당의 상원 우위 여부를 결정지을 내년 1월 조지아주 상원 결선 투표를 적극 도우라는 제안이다. 뉴욕포스트는 "조지아에서 공화당이 패배할 경우 민주당은 근거없는 청문회와 조사로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괴롭히며 4년을 보낼 것"이라며 "온갖 세금도 높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뉴욕포스트는 이날 4년 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재출마를 지지할 것이라고도 시사했다. 사설을 통해 "우리는 당신(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신문으로서 이같이 말한다"며 "영향력을 강화해 앞으로 언젠가 복귀하려면 지금의 분노를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뉴욕포스트는 대표적 '친트럼프' 언론으로 꼽힌다.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공식 지지했다. 대선을 한달 앞 둔 지난 10월엔 사설을 통해 트럼프를 "무적의 영웅"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같은 달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중국과 내통해 거액을 챙겼다는 보도를 냈다.
트럼프 대통령도 뉴욕포스트 정기독자다. 백악관이 작년에 여러 신문에 대해 구독을 끊었을 때도 포스트는 남겨뒀다.
블룸버그통신은 "뉴욕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충실한 지지자인데도 대선 불복에 대해 비난을 쏟아냈다"며 "뉴욕포스트가 점점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에 선을 긋고 있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