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르면 내년 2분기에 일반 국민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2월께 의료진 고령자 등 우선접종대상자 접종을 시작하는 것을 감안하면 예상보다 빠른 속도다. 게다가 코로나19 종식에 필수적인 집단면역 형성 시기도 외국보다 빠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등에 비해 백신 접종이 뒤처진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게다가 부작용 등을 이유로 백신 조기 도입에 신중하던 기존 방침을 바꾼 것이어서 혼란만 키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내년 2분기 일반 국민 접종 시작”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세계 각국은 내년 2분기에 접종을 시작한다”며 “우리도 비슷한 시기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접종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일반 국민 접종 일정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의회에는 노 실장과 함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노 실장은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시점도 외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빠를 것”이라며 “정부는 이 시기를 더 앞당기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성과도 내고 있다”고 했다.
집단면역이 형성되기 위해선 국민 70% 이상이 백신 접종 등으로 면역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확보했다고 밝힌 백신은 4600만 명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 1000만 명분, 화이자 1000만 명분, 얀센 600만 명분, 모더나 1000만 명분, 코박스퍼실리티 1000만 명분 등이다. 모더나와는 아직 계약도 못했다. 내년 2월 접종이 유력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한꺼번에 들여오지 않는다. 정부는 분기마다 순차적으로 도입된다고 했다. 우리가 해외보다 집단면역이 더 빠르기 위해선 백신 물량 확보가 절대적이다. 정부는 이 부분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 유럽 중동 등 40여 개국에 비해 우리는 이미 (접종이) 늦었다”며 “어떤 근거로 우리가 외국과 비슷한 시기에 집단면역이 가능하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거리두기 2.5단계 유지
방역당국은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인 사회적 거리두기를 내년 1월 3일까지 유지하기로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수도권 감염 재생산지수가 한 주 만에 1.27에서 1.07로 떨어졌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연말연시 특별방역대책이 시행되는 내년 1월 3일까지는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정부는 식당, 카페 관련 일부 수칙은 강화했다. 수도권에만 적용했던 무인카페 매장 내 착석 금지, 홀덤펍(술 마시면서 카드게임을 즐기는 주점) 집합금지 조치를 전국으로 확대했다. 패스트푸드점은 커피, 음료, 디저트류만 주문하는 경우 포장·배달만 허용된다.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3일째 거리두기 3단계 격상 조건인 800명을 웃돌고 있다. 지난 26일 신규 확진자는 970명으로, 사흘 만에 1000명대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요양시설 어린이집 교회 등에서 집단감염이 끊이지 않았다. 서울 송파구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34명이 추가 확진돼 누적 확진자가 40명이 됐다. 서울 송파구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528명으로 8명이 더 늘었다. 광주 광산구 종교시설에선 지난 24일 첫 확진자가 나왔고 32명이 추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26일에만 15명 늘었다. 영국에서 입국한 80대 남성은 26일 사망한 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확진자의 가족 2명도 27일 양성 판정을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가급적 이번주 내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통해 변종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주현/조미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