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 기자] 때때로 크리스마스가 겨울에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에 큰 감사함을 느낀다. 유년 시절 속 그날을 앞둔 밤이면 온통 흰 눈이 쌓인 거리가 그려지고, 산타클로스와 순록들이 이끄는 썰매가 설산 위로 누비기를 꿈꿀 때가 있었다. 이처럼 12월의 한겨울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층 더 동화적이고 신비롭게 보여주곤 한다.
실제로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한 대다수 영화에서는 ‘흰 눈’, ‘벽난로’, ‘크리스마스트리’ 등 겨울을 상징하는 소재가 유독 눈에 띈다. 그 겨울이 갖는 순수성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청자 입장에서는 점점 더 자극적으로 치닫는 상업 영화 시대에 흥미로운 안식처가 되었던 것.
물론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도 플롯의 분위기에 맞춰 계절감을 드러낸다. 겨울이라고 해서 단순히 보온성만 강조된 것이 아니라, 레드 및 그린 컬러를 바탕으로 그 화려함을 은은하게 비춘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친숙한 영화 속 주인공들의 패션은 어떤 모습일까. 시간이 흘렀음에도 화제가 되는 스타일링, 그 아이템을 분석하고 새로운 시점으로 다시금 제안해본다.
로맨틱 홀리데이, 주드 로&캐머런 디아즈
2006년 작 ‘로맨틱 홀리데이(The Holiday)’는 로맨스 영화의 정석 같은 영화. 보는 내내 큰 웃음보다는 한결 편안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크리스마스’와 ‘로맨스’ 장르의 결합 자체가 판타지스러운 플롯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지만 현실에서 가능할 법한 이야기를 그려 오히려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사랑에 상처받은 4인이 결합해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바란다는 내용.
작중 잘나가는 영화 예고편 제작자 ‘아만다’ 역을 맡은 캐머런 디아즈(Cameron Diaz)는 늘 단정한 아이보리 퍼 재킷을 입고 다닌다. 스웨터부터 비니와 머플러까지 모두 아이보리 컬러로 맞춘 듀티 룩은 지금 봐도 근사할 정도. 물론 상대역도 만만치 않다. ‘리즈 시절’ 주드 로(Jude Law)를 제대로 투영한 ‘그레이엄’은 젠틀하고 댄디한 멋을 보여주는데, 체스터 필드 코트와 체크 머플러가 그 풍부함을 살렸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콜린 퍼스
다음은 르네 젤위거(Renée Zellweger)의 발랄함과 콜린 퍼스(Colin Firth)의 진중함이 돋보였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Bridget Jones's Diary)’. 주인공 ‘브리짓’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만큼 도시 여성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요소가 참 많았다. 별 감정 없는 친구 ‘마크’와 섹시한 직장 상사 ‘다니엘’ 사이에서 대담한 이야기가 그려진다.
상대적으로 평범하고 과묵한 멋을 보여줘야 했던 콜린 퍼스. 이전부터 반듯하고 절제적인 이미지를 갖췄던 그답게 여기서도 강점을 빠지지 않고 드러냈다. 작중 루돌프와 눈사람이 그려진 ‘크리스마스 점퍼’를 입어 주인공에게 핀잔을 듣기도 하지만, 지적인 외모는 그것마저 위트 있게 풀이한 듯하다. 엔딩 장면 속 눈 오는 거리에서 보여준 롱코트 차림도 인상 깊다.
당신이 잠든 사이에, 산드라 블록
철도국의 토큰 판매원인 ‘루시’가 잃어버렸던 사랑을 찾고 다시금 그 의미를 찾아간다는 내용의 ‘당신이 잠든 사이에(While You Were Sleeping)’. 1995년에 개봉했으니 벌써 만들어진 지 25년이 넘어가는 작품이다. 홀리데이 시즌에 떠오르는 모든 작품이 그렇듯, 가족과 인생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줘 보는 내내 안정감 있게 돌입할 수 있다.
또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면 할리우드 여자 배우 최고 출연료를 기록한 산드라 블록(Sandra Bullock)의 풋풋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거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로코 퀸’에 등극한 그는 ‘프로포즈(The Proposal)’, ‘투 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 등 이후 작품에서도 꾸준히 활약 중. 영화 속 산드라의 착장에는 브라운 메리노 점퍼, 숏 비니 등이 경쾌하게 이뤄져 보는 재미도 제법 쏠쏠하다. (사진출처: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브리짓 존스의 일기’, ‘당신이 잠든 사이에’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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