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보험시장 환경에서는 수성이 아니라 공격만이 해결책입니다.”
대형 생명보험사 최초로 ‘설계사 영업조직 분사’에 나선 한화생명의 여승주 사장(사진)이 24일 임직원들에게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과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본사 직원의 35%가 소속을 옮기게 되면서 불거진 구조조정 우려에 대해 “인력 감축은 없다”고 못박았다.
여 사장은 이날 사내방송에 나와 “판매전문회사 설립의 핵심 목적은 영업이 더 잘되게 하기 위해서”라며 “보험 영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내년 4월 보험판매 전문 자회사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를 세우고, 개인영업본부 임직원 1400여 명과 전속설계사 2만여 명을 이동시킬 예정이다. 본사는 설계사 관리에서 손을 떼고 상품 개발, 자산 운용,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해외 보험시장에서 확산되는 ‘제판분리(제조·판매 분리)’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여 사장은 “우리 회사 미래를 남에게 맡겨선 안 되고 우리가 직접 선택해야 한다”고 했다. 국내 보험사들은 저금리·저성장·저출산으로 성장 동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대리점(GA)에 영업 주도권까지 잠식당하고 있다. 그는 보험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특단의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보험시장에서 GA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그간의 방식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한화생명뿐 아니라 여러 손해보험사의 상품을 판매하며 기존 GA와 정면승부에 나선다. 여 사장은 “설계사 교육·육성 체계와 복지 혜택이 뛰어난 한화생명의 강점을 토대로 국내 최고 경쟁력을 갖춘 판매전문회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생명보험 2위 한화생명의 제판분리 ‘실험’은 업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지만 사내에서는 반발도 만만치 않다.
한화생명 노조는 “단체협약을 무시하고 노조 동의 없이 물적분할이 결정됐다”며 총파업을 거론하고 있다. 여 사장은 “관련법을 준수하기 위해 직원들과의 소통이 다소 미흡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임직원·노동조합과의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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