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3일(현지시간) 미 제약사 화이자의 코로나 백신 1억회분을 추가 구매했다. 이로써 미국이 지금까지 확보한 백신은 화이자와 모더나를 합쳐 2억명이 맞을 수 있는 4억회분으로 늘어났다. 미 정부는 이날 화이자 백신 추가 구매를 위해 전시 물자 동원을 위해 제정된 법까지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23일(현지시간) 보건복지부와 함께 화이자로부터 내년 6월말까지 최소 7000만회분, 7월까지 1억회분의 코로나 백신을 추가로 구입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또 화이자 백신 4000만회분을 추가 구매할 수 있는 옵션에도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미 내년 1분기까지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공급받기로 한 상태다. 모더나 백신도 1분기와 2분기에 각각 1억회분씩을 인도받을 예정이다. 여기에 이날 발표한 화이자 백신 1억회분을 합치면 총 4억회분을 확보하게 된다. 추가 구매 옵션까지 사용하면 확보량은 4억4000만회분으로 늘어난다.
화이자 백신은 16세 이상, 모더나 백신은 18세 이상이 맞을 수 있다. 백신 접종이 가능한 연령대의 미국인은 총 2억6000만명이다.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이번 추가 구매는 우리가 2021년 6월까지 (백신 접종을)원하는 미국인 모두에게 접종할 충분한 물량이 있을 것이란 자신감을 미국민에게 한층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이번 화이자 백신 구매를 위해 국방물자생산법을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을 동원해 화이자의 백신 제조에 필요한 9가지 특수 물자 확보를 지원하는 대가로 추가 구매 계약을 맺는 방안이 임박했다고 전날 보도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연방정부가 민간 기업에 전략물자 생산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한국전쟁 당시 제정됐다.
미 정부가 이날 추가 구매로 화이자에 지급하는 금액은 19억5000만달러다. 앨버트 불라 화이자 최고경영자(CEO)는 "추가 1억회분으로 미국은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하고 파괴적인 팬데믹을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 정부는 이밖에 존슨앤드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노바백스,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과도 각각 1억회분씩의 백신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이들 백신은 아직 미 식품의약국(FDA)의 긴급 승인을 받지 못했다.
백신 확보가 어느정도 이뤄지면서 미국 내 관심은 백신 접종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9시 현재 백신 접종이 100만회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9일만이다.
이는 미 정부의 연내 접종 목표인 2000만명 대비 1900만명이 부족한 수치라고 CNBC는 지적했다. 연말까지 남은 8일간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일반인의 백신 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은 내년 여름이나 초가을이 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코로나 대응을 책임질 비베크 머시 박사는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일반인 접종이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쯤 시작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CDC 지침에 따라 의료진과 장기 요양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먼저 투여하고 있다. 이어 식료품점 직원, 교사 등 필수업종 종사자, 75세 이상 노인, 고위험 질환자에게 백신을 맞힌 뒤 일반인 접종에 들어갈 예정이다.
클레이 해넌 예방접종관리자협회 전무이사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백신을 맞을 때까지) 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하고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