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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의 21세기 아라비안나이트] 쿠웨이트에서 꽃핀 아랍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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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아랍 세계에 민주주의의 거센 바람이 불고 있다. 야권이 압승한 쿠웨이트 국회가 최근 개원했고, 지난 9월 새로 취임한 셰이크 나와프 알아마드 알사바 에미르(국왕)가 모든 계층의 단합과 의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간곡한 개원 연설을 했다.

지난 5일 실시된 총선은 쿠웨이트 민주화의 꽃이었다. 4년 임기의 새 국회의원 50명을 뽑는 선거는 코로나19, 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정 악화와 복지 감소, 외국인 노동자 급감으로 인한 노동시장 급변이라는 3대 악재 속에 마스크 쓰기와 철저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102개 투표소에서 사고 없이 질서정연하게 치러졌다. 5개 선거구에서 342명의 후보가 유권자와 대면 접촉 없이 오로지 SNS 유세를 통해 지지를 호소했다. 쿠웨이트에는 정당이 없어 모든 후보자는 독립된 무소속으로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최우선 정책을 표방하고, 시민들은 불필요한 선전 선동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후보의 공약과 자질만 보고 뽑는 선거 혁명이 실현된 것이다. 기존 국회의원 3분의 2가 낙선하고 정부 개혁과 공공부문 부패 척결을 다짐한 참신한 후보자가 대거 당선됐다. 새 국회의원의 60%가 45세 미만 젊은 세대로 채워져 쿠웨이트의 미래를 밝게 했다.

쿠웨이트 의회는 강력한 권한을 갖는다. 에미르의 법안에 대한 심의와 거부권은 물론, 장관 임명을 위한 까다로운 청문 절차도 거친다. 실제로 쿠웨이트 의회는 왕정과 날카롭게 맞서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에미르가 의회 해산권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지만, 선거제도 자체가 워낙 민주적이라 섣불리 의회를 해산했다가는 헌법재판소의 견제와 더 강력한 야당 의회가 탄생하기 때문에 이를 남용하기는 어려운 구도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33명의 역대 최다 여성 후보자가 출사표를 던졌지만 모두 낙선한 것은 끝내 아쉬움으로 남는다. 뿌리 깊은 부족주의와 지역 후보자 몰아주기 관습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2005년 여성 참정권이 허용된 이후 지난 의회까지 7명의 여성 지역구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여성 장관이 내각에 포진하고, 여성 노동인구가 남성을 넘어선 지 오래다.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여성들의 운전 허용 여부를 두고 수십 년간 사회적 논쟁을 벌인 이웃나라 사우디와 아직도 여성의 사회 진출 벽이 높기만 한 다른 아랍 국가에 비하면 놀라운 변화다.

이는 서구의 피식민지 경험을 했으면서도 그들을 증오하고 배척하는 과거지향적 정책이 아니라 서구의 앞선 제도를 배우고 이슬람의 가치 속으로 녹여내 재창조한, 역동적이고 진취적인 나라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비롯됐다. 19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직후 걸프지역에서 최초의 의회가 설립됐으며 헌법을 제정하고 자유로운 선거가 치러진 것도 이 때문이다.

1966년 쿠웨이트대가 세워진 이후 국가 미래를 책임질 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해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아랍 전역에서 가장 높은 인간개발지표(HDI)를 기록했으며, 아랍 세계에서 양성평등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에 올랐다. 1958년 아랍 최초로 ‘알 아라비’라는 잡지를 발간하면서 1960~70년대 세계에서 드물게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쿠웨이트 미래 청사진의 핵심 정책은 ‘뉴 쿠웨이트 2035’ 프로젝트다. 거대한 국가 개조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핵심적인 기여와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쿠웨이트의 도시 지형을 바꾸면서 새로운 국가 랜드마크가 된 32.1㎞ 길이의 셰이크 자베르 코즈웨이 교량을 완공했고,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총 규모 26조원에 달하는 사드 알 압둘라 첨단 신도시 건설에 참여하고 있다. 한국이 참여하는 스마트 시티 건설에는 신재생 에너지, 가스, 보건의료, 농업, 문화 콘텐츠 등 엄청난 부가산업이 동반 진출할 수 있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 경제의 중요한 활력소가 될 전망이다. 투명하고 민주적인 국가에 진출하고 투자하는 것은 그만큼 안정적인 관계를 도모할 수 있어 쿠웨이트는 제2 중동 붐을 견인하는 좋은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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