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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춘의 world View] 바이드노믹스-포스트 코로나 원년, 2021 세계경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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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10년의 첫해인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점철된 한 해였다. 코로나19는 ‘BC(before corona)’에서 ‘AD(after disease)’로 비유될 만큼 모든 분야에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지만 한마디로 기존의 시스템이 얼마나 무기력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내년에도 벽두부터 코로나 사태 못지않은 커다란 일정이 예정돼 있다. 지난 4년간 ‘함무라비 탈레오 법칙(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 게임’으로 세계 경제의 틀을 뒤흔들어 놨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물러나고 조 바이든 정부가 들어선다. 코로나 사태도 백신의 상용화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넘어간다.

당선 윤곽이 잡히자마자 ‘화합’과 ‘통합’을 강조한 바이든 정부의 경제정책, 즉 ‘바이드노믹스’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바이든 당선인의 경제 철학과 바이드노믹스의 근간이 될 섀플리·로스의 공생적 게임이론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하다.

로이드 섀플리 캘리포니아주립대 명예교수는 특별한 방법론적 설계가 어떻게 시장에서 참가자 모두에게 시스템적으로 혜택을 줄 수 있는지를 설명해 냈다. 앨빈 로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이 이론을 안정성이 어떻게 특정 시장의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가로 발전시켰다.

두 교수가 연구한 ‘안정적 할당과 시장설계에 대한 실증적 연구이론’에서는 공생적 게임이론을 사용해 각 경제주체와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19 같은 예기치 못한 사태로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을 밝혀냈다.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시절에 크게 훼손됐던 대외정책을 공생적 게임이론으로 풀어간다면 다자 채널이 재가동되는 데 최우선순위를 둘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부통령으로 근무할 당시 윤리적 문제로 강한 신념을 갖고 추진했던 파리 기후협약 참여 의사를 밝혔다.

中과 경제패권 다툼 ‘공생대립’으로 바뀔 듯
중국과의 경제패권 다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느 대통령과 어느 정당이 들어선다고 하더라도 미국 주도의 팍스아메리카나 체제 유지는 최고 책무이자 지상과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법론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극한 대립·근린 궁핍화’에서 ‘공생 대립·내부 역량 강화’로 수정해 추진한다는 점이 다르다.
바이든, 일자리 창출·제조업 부활에 중점
공생적 게임이론으로 대내 현안을 풀어간다면 모든 경제대책은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중하위 계층의 고용 사정이 크게 악화된 점을 감안하면 이들 계층을 중심으로 오바마 정부 때보다 강화된 ‘일자리 자석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정책도 고용창출계수가 높은 제조업 부활 정책을 더 강화해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을 다시 보자는 ‘리프레시 운동’과 함께 해외에 나가 있는 미국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 기업까지 불러들이는 ‘리쇼어링’ 정책을 추진해 세계 공급망 중심을 중국에서 미국으로 재편시킨다는 방침이다.

일자리 창출과 함께 코로나 사태가 악화될 때마다 강조한, 자신의 역작이기도 한 ‘오바마 헬스케어’를 복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 20일 열릴 취임식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이미 약속한 파리 기후협약 가입과 함께 미국 국민에게 오바마 헬스케어 부활 방침을 밝힐 것으로 워싱턴 정가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백인 우월주의로 대선 과정에서 ‘트럼프국’과 ‘바이든국’으로 나뉘었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크게 훼손된 이민정책도 손질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미국의 인구구조와 차세대 산업 인력 수요 간 불일치 문제를 유색인종의 젊은 층을 불러들여 해결하는 제러미 시걸 와튼스쿨 교수의 ‘글로벌 해법’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화합과 통합을 바탕으로 한 공생적 게임이론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경제효과다. 외부경제효과란 사적 혜택보다 월등히 큰 사회적 혜택을 창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테면 미국과 중국의 주도로 국제교역규범이 복원되면 다른 나라에도 준거의 틀로 적용돼 세계교역이 크게 신장하는 경우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세계 교역이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다자주의 채널 복귀로 0.5%포인트, 코로나 백신 상용화로 인한 상품 이동의 자유로 0.7%포인트 이상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교역 증가를 바탕으로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경우 한국, 중국 같은 수출지향 국가일수록 유리하다.

IMF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 사태로 올해 4.5% 이상 퇴보된 세계 경제 성장률이 내년에는 4% 이상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장 먼저 경제활동 재개를 선언한 중국 경제는 ‘V’자형 반등에 성공해 내년에는 성장률이 8%대까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경기 회복되면 증시도 좋은 흐름
세계 경기가 회복된다면 세계 증시도 좋은 흐름이 예상된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올랐다. 미국 상장기업의 PER은 25배로, 적정 수준인 16배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고평가돼 있다.

올해 주가가 크게 상승한 것은 코로나 사태를 맞아 각국 중앙은행이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강한 금융완화 정책을 폈기 때문이다. 선봉장에 선 미국 중앙은행(Fed)은 코로나 사태가 끝날 때까지 무제한 달러화를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은행의 고유 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을 포기한 셈이나 마찬가지다. 다른 중앙은행도 마찬가지다.

기준금리도 ‘빅 스텝’ 방식으로 한꺼번에 크게 내렸다. Fed는 제로 수준으로 환원했고,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추진해온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은 그 폭을 더 깊게 가져가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내년에도 각국 중앙은행은 금융완화 정책을 거둬들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양적완화로 달러 공급이 급증함에 따라 가장 우려되는 것은 ‘트리핀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늘어나는 경상수지적자를 메우기 위해 달러 공급을 늘려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달러 가치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벨기에 경제학자 로버트 트리핀의 주장이다.

코로나 사태에도 달러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미국 이외 국가들이 브레턴우즈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담했던 과다 달러 보유 구속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탈(脫)달러 움직임이 빨라지는 추세다. 디지털 콘택트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각국이 디지털 통화 도입도 앞당기고 있다. 내년 국제통화질서에 일대 지각변동을 초래할 움직임이다.
옐런 '제3의 정책섹터' 택하나
일반 경직성 부문은 삭감…부양효과 큰 쪽 몰아주는 '페이-고'정책 추진할 듯
내년 1월 20일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요 직책에 대한 인선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재닛 옐런 재무장관이다. 미 중앙은행(Fed) 의장에 이어 첫 여성 재무장관이라는 화려한 이력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로 어려워진 미국 경제를 어떤 처방으로 구해낼 것인지가 관심사다.

어떤 정책이든 복잡한 현실을 푸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시차가 길고 논리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경제정책일수록 더 어렵다. 이 때문에 특정 경제이론에 의존하기보다는 당면한 현안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에 기여했던 종전의 정책 처방을 참고하는 실증적 방법이 활용된다.

평가의 준거 틀로 삼아 온 여러 정책 처방 가운데 옐런이 1999년 4월 예일대 동문회에서 연설한 ‘예일 거시경제 패러다임’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근간이 되면서 당시 최대 난제였던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적용됐다.

예일 패러다임대로 바이든 시대에 추진될 경제정책을 예상해 보면 거시경제 기조는 ‘분배’보다 ‘성장’, 목표는 ‘물가안정’보다 ‘고용창출’에 우선순위를 두는 가운데 운영 방식은 ‘준칙’보다 ‘재량적’ 방식, 시장과의 관계는 ‘우월적’이기보다 ‘친화적’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간 비중은 후자에 무게를 두되, Fed와의 협조를 중시해 나갈 방침이다.

옐런 장관의 주업무인 재정정책은 ‘경기 부양(고용 창출)’과 ‘재정 건전화’를 여건에 따라 유연하게 우선순위를 바꿔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정부 출범 첫해 최대 과제가 될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단기적으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Fed의 평균물가 목표제와 마찬가지로 코로나 사태가 극복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이 마련되면 그때부터는 재정적자와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재정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첫해부터 법인세를 비롯한 각종 세금을 대폭 올리는 증세 정책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 처음부터 ‘제3의 정책섹터’가 모색될 수 있다. 제3의 정책섹터란 전통적인 정책 수단이 바닥이 난 상황에서 위기 직후 추진한 비상대책의 부작용을 예방하면서 경기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말한다.

제3의 섹터로서 우선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큰 정책은 ‘페이-고(pay-go)’다. 엄격히 따진다면 새로운 정책이 아니라 1990년대 후반 빌 클린턴 정부 시절 추진된 정책이다.

페이-고 정책은 경기부양 효과가 적은 일반 경직성 부문을 삭감(pay)하고 대신 경기부양 효과가 큰 쪽으로 몰아준다(go)는 것이 기본 메커니즘이다. 클린턴 정부 때는 이 정책을 추진해 재정수지를 ‘균형’으로 개선하고 ‘신경제’라는 용어가 나올 정도로 고성장-저물가의 이상적인 골디락스 국면을 누렸다. 바이든 당선인이 부통령으로 근무했던 오바마 정부 때도 이 정책을 부활해 추진했다.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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