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디지털 전환'(DT, Digital Transformation)은 글로벌 산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입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경영 환경이 급변하면서 DT의 중요성은 최근 들어 훨씬 더 커졌습니다.
DT의 중심에는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AI)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자산화(asset)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은 너도나도 데이터를 활용해 업무의 효율화, 자동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등에 나서겠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의 DT 도입은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불과합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지난 5월 국내 기업 1345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DT 전담조직을 보유한 기업은 2.1%, DT 인력을 보유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6.2%에 그쳤습니다.
'데이터人'은 국내외 DT 사례를 통해 우리 산업이 나아가야할 모습을 함께 모색하고자 합니다. DT에 대해 말씀하고 싶으신 분이나 추천인이 있으면 이메일 주세요. 만나뵙고 여러분의 이야기를 듣겠습니다.
"고객은 도대체 무엇을 좋아할까. 어떻게 해야 물건을 사게끔 할 수 있을까"
이는 이커머스(전자상거래)계의 가장 큰 고민이다. 그리고 이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솔루션이 바로 인공지능(AI) 기반의 마케팅 기술, 즉 '마테크'다. AI 마테크의 핵심은 '개인화'다. 개인화 마테크는 고객 전체를 대상으로 동일한 마케팅을 하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마다 맞춤형 마케팅을 통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AI 마테크로 인해 삼성전자나 애플 등 대기업들이 개별 개인에 대한 맞춤형 상품을 내놓는게 가능해지고, 아마존 알리바바 등 유통 공룡들이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해 물건을 파는 시대가 오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이커머스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영국 글로벌 회계법인인 BDO 등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마테크 시장 규모는 140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2배 가량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AI 마테크 강자는 어도비와 오라클이 꼽히는 가운데, 세계 시장 진출을 꿈꾸며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국내 업체가 있다. 바로 플래티어의 '그루비'다. 그루비는 최근 신규 서비스 출시 열흘 만에 고객사 200여곳을 확보하는 등 성장세를 타고 있다.
그루비를 이끌고 있는 이봉교 이사(사진)는 "코로나19 이후에 현재 온라인으로 몰리는 소비자들이 팬데믹이 끝나면 다시 오프라인으로 돌아갈 수 있다"며 "이때 소비자에게 '좋은 온라인 경험'을 지속적으로 줄 수 있어야 온라인 상승세가 유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끝난 후에도 시장 상황이 지금과 같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같은 배경에서 디지털 마케팅에 대한 능력 습득이 코로나19가 끝난 후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쇼핑몰이 묻는다. "오랜만이네요. 집에 화장지 다 떨어졌죠?"
이 이사는 "AI 개인화 마테크란 MOT 마케팅(Moment of Truth·소비자 일상 생활을 파고드는 마케팅 기법)을 온라인에서 실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기술적으로 어렵게 말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일이지만, 쉽게 말해 우리 홈페이지에 방문한 고객이 자주 오는 고객이냐, 처음 오는 고객이냐, 어쩌다 온 고객이냐 등 성향을 잘 파악해서 그에 맞춤형 상품과 맞춤형 행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그는 "그간 이커머스 시장의 판도는 가격이 좌지우지했다"며 "개인화 마케팅이 활성화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더 이상 가격이 경쟁력이 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큰 기업들도 이제 판매 채널을 줄이고 직영 채널을 강화하고 있는 데는 이러한 배경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마테크의 관건은 고객이 원하는 이야기를 얼만큼 해주느냐다. 실제 그루비 데이터 사이언스팀이 50억 건이 넘는 고객 행동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원하지 않는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90%는 사이트를 이탈했다. 반면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은 사용자의 구매율은 67.5%로 높았다. 사용자에게 무엇을 어떻게, 언제 보여주느냐가 곧 매출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AI 마테크의 분석 기술은 사용자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집에 있는 각종 소모품이 떨어질 시기를 계산하는 데까지 왔다. 사용자가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주문하기 전에 쇼핑몰이 먼저 집에 있는 화장지가 다 떨어지지 않았는 지 묻고 신제품을 제안하는 시대다.
데이터 분석 보다 중요한 것은 'So what'
플래티어는 AI를 활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그루비 서비스를 만들었다. 지난달 출시한 '그루비 서치'를 포함해 실시간으로 고객을 AI로 세분화 및 타겟팅해 자동화 마케팅하는 '그루비 온사이트' 등 총 4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쓰이는 알고리즘은 21개, 활용되는 데이터 변수만 56개에 달한다.그루비 이전에 플래티어는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은 적이 있지만 실패했다. '기술이 뛰어나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서비스를 활용할 마케터나 실무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 이사는 "분석을 잘하게끔 해주는 솔루션은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그래서 그걸로 무엇을 할 수 있는데?'라는 질문에 답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아이디어가 마케팅의 자동화다.
기존에는 실무자가 가설을 세우기 부터 시작해, 데이터를 보고 마케팅 방안을 강구한 후 이를 전 고객을 대상으로 실행하게 된다. 이때 마케팅을 하려고 하면, 이미 고객은 사이트를 이탈한 지 한참 후다.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여러 경우를 비교하는 마케팅 실험(A/B테스트)을 동시에 해봐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매번 마케터는 '뒷북'을 쳐야하는 셈이다.
하지만 AI 개인화 마테크 솔루션을 쓰게 되면 실무자의 이런 아쉬움을 줄일 수 있다. AI 마케팅 솔루션들은 비식별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유형을 나누고, 이에 맞춰 배너 광고, 이벤트, 쿠폰 발행 등을 자동적으로 실행하게 된다. 고객이 사이트에 입장하는 순간부터 나가기까지 최대한 많은 단계를 데이터로 구조화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 지' 최대한 빨리 밝혀내 마케팅을 제시하는 게 핵심이다.
고객군에 맞춰 구매전환을 높일 수 있는 구간별·고객군별로 A/B테스트를 한번에 할 수 있어, 마케팅 집행 시간은 비약적으로 줄일 수 있고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도 더 빨리 알 수 있다. 특히 그루비의 경우, 고객 유형화에 강점이 있다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이 이사는 "이렇게 AI 솔루션을 쓰면, 업무 효율이 크게 개선되면서 마케터는 분석가를 넘어서 실험가로 거듭날 수 있고, 다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며 "결국 AI를 통해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선택지를 넓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마테크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이득이라는 게 이 이사의 설명이다. 그는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과 추천 시스템으로 나에게 더 알맞는 상품을 구할 수 있다"며 "고객의 30분치 고민을 3분으로 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장 큰 장벽은 '개인보호'...사용자, 기업의 '윈윈' 방안 찾는게 관건
하지만 AI 마케팅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에는 늘 일부 소비자들이 제기하는 우려가 있다. 바로 '개인정보 보호'다. 홈페이지 한곳을 방문했는데 숨어있는 AI마케터가 염탐하듯 자기의 동선과 유형, 스타일을 속속히 파악하려 한다면 고객 입장에선 유쾌한 일이 아니다. 최근에 페이스북과 애플이 이 사안을 두고 이견을 보이는 등 기업 간에도 이를 바라보는 인식에도 차이가 있다.
이 이사는 결국 중요한 건 '투명성'과 '보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 정보를 보호하는 일은 물론이고, 솔루션을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기업이 되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신뢰를 얻게 되는 것"이라면서 "이미 넷플릭스나 큰 온라인 쇼핑몰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사용자 입장에서 추천 상품이 전혀 없는 인터넷 쇼핑몰을 쓰고 싶어할까"라며 "만약 그렇다면 소비자는 매번 신규 업데이트 되는 상품만 접해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는 "마케터에게는 업무 개선을, 기업에는 매출 증대를, 소비자에게는 좋은 제품을 추천하는 일 등 모두가 호혜할 수 있도록 AI를 활용하는 게 AI 개인화 마테크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