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조·용역·건설업 하도급 기업 열 곳 중 세 곳은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 계약만으로 거래(서면 미교부 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 11월 24일자 A13면 참조
공정거래위원회는 2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용역·건설업종 기업 9만여 곳 중 2만6100여 곳은 하도급 업무를 하면서 계약서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서면 미교부 비율이 29.0%에 달했다.
서면 미교부 비율은 2015년 38.1%에서 2016년 34.9%로 소폭 낮아졌다가 2017년 43.6%로 크게 높아졌다. 2018년 23.3%까지 떨어졌지만 지난해 다시 올랐다. 이 비율은 1982년 계약서 작성이 법적으로 의무화된 이후 38년간 한 번도 20%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공정위에 따르면 ‘갑질’ 등 하도급 관련 불공정거래 행위의 대부분은 계약서를 제대로 쓰지 않는 데서 시작된다. 하도급 거래 대금은 작업이 완료된 뒤 지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원청 기업이 계약서가 없는 점을 악용해 대금을 제대로 주지 않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는 설명이다. 경기가 좋을 땐 구두 계약만으로도 하도급 거래 대금 결제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만 경기가 악화되면 피해를 보는 하청 기업이 급증하는 경향도 나타난다.
공정위 관계자는 “구두계약만 맺는 기업이 여전히 상당수”라며 “서면 미교부를 더 철저히 감시하고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올해 통계청,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협업해 하도급 실태 조사를 위한 표본 선정 방식을 대폭 개편했다. 통계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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