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20일(현지시간) 0시를 기점으로 런던을 비롯한 잉글랜드 동부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긴급 봉쇄조치에 들어갔다. 지난 7일 1만4717명이었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17일 3만5383명으로 치솟는 등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재확산하고 있어서다. 영국뿐 아니라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국은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줄줄이 3차 전면 봉쇄에 돌입했다.
크리스마스에도 봉쇄 불가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대응을 4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대상 지역은 런던·켄트·버킹엄셔·버크셔·서리·포츠머스 등 잉글랜드 남동부지역과 루턴·하트퍼드셔·에식스 등 잉글랜드 동부지역이다.이들 지역에서는 체육관, 미용실을 비롯해 모든 비필수 업종의 영업이 중단된다.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경우 등교, 보육, 운동 등의 목적 등을 제외하고는 반드시 집에 머물러야 한다. 공공장소에서도 다른 가구 구성원 1명과만 만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2주간 이 같은 조치를 시행한 뒤 오는 30일 지속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 기간에 적용할 예정이었던 제한 완화 조치도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당초 영국 정부는 잉글랜드 지역에서 23일부터 닷새간 최대 3가구가 함께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었다. 이를 크리스마스 당일에만 허용하기로 방침을 바꾼 것이다. 잉글랜드 내 4단계 지역은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다른 가구를 만나서는 안 된다. 존슨 총리는 “우리는 계획했던 대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는 없다”며 “이런 조치를 발표하게 돼 마음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영국의 경기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이날 영국 내 16개 매장을 일시 폐쇄하기로 했다. 네덜란드, 벨기에, 이탈리아 등은 영국발 항공편 운항을 한시적으로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슈 펠 영국산업연맹 정책국장은 “생존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업들이 이번 봉쇄 조치로 큰 타격을 입게 됐다”며 “정부는 이런 기업들을 어떻게 지원할지 새로운 시각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종 코로나19 공포 확산
영국의 4단계 조치는 이번에 신설된 방역 체계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달 4주간의 전면 봉쇄 조치를 시행하고, 지난 2일 지역별 3단계 대응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기존 시스템으로는 더 이상 코로나19 재확산세를 억누를 수 없다고 판단하고 방역 수위를 높이기로 한 것이다.영국 정부가 크리스마스를 1주일도 채 남겨놓지 않은 상황에서 봉쇄 조치를 강화한 것은 급격히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때문이다. 존슨 총리는 ‘VUI-202012/01’로 불리는 변종 바이러스가 기존 코로나19보다 감염력이 70% 더 크다고 설명했다. 이에 1 아래로 떨어졌던 영국 감염재생산지수(코로나19 환자 한 명이 한 명 미만을 감염시킨다는 뜻)가 전날 1.1~1.2 수준으로 높아졌고, 최대 0.4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변종이 더 심각한 질환이나 높은 사망률을 유발한다는 증거는 없지만 훨씬 더 빨리 전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유럽 내 다른 국가들도 속속 비상 체제에 들어갔다. 방역 모범국으로 꼽혔던 독일은 지난 16일 전면 봉쇄 조치에 나섰다. 약국, 은행, 슈퍼마켓 등 필수 업종만 영업할 수 있고, 만남이 허용되는 인원은 5명으로 제한된다. 내년 1월 10일까지 전면 봉쇄를 이어나간다는 방침이지만 신규 확진자가 사상 최고 속도로 쏟아져나오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탈리아는 오는 24~27일, 31일~1월 3일, 주현절(주님 공현 대축일) 연휴인 내년 1월 5~6일 세 차례에 걸쳐 봉쇄령을 내린다. 해당 기간에는 건강·업무상 사유와 응급 상황, 홀로 사는 노부모 방문 등을 제외하고 외출이 엄격히 제한된다.
오스트리아는 오는 26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음식점을 포함한 모든 비필수 상점과 영업점을 폐쇄하는 3차 봉쇄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다. 스위스 연방정부도 22일부터 한 달간 모든 음식점과 술집의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