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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에 빨대 부착 금지"…벼랑 끝 내몰린 세계 1위 강소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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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빨대 제조업체 서일의 김종인 회장은 지난달 초 인도네시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뤄 온 현지 수방공장의 종이 빨대 생산능력 확대를 더 이상 늦출 수 없어서다. 창업자 김 회장의 진두지휘 아래 연간 50억 개인 생산능력을 두 배로 늘리는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려는 때, 국내에서 들려온 뜻밖의 소식에 급히 귀국을 서둘러야 했다. 환경부가 지난달 우유·커피·주스 등 음료 제품에 붙이는 '부착형 빨대' 사용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 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세계적 흐름인 친환경 종이 빨대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우리나라에만 있는 규제"라며 "종이 빨대 시장을 선점하려면 투자가 시급한데 계획 수정이 불가피해졌다"고 하소연했다.

?종이 빨대도 금지…"세계 유례없는 규제"
환경부 개정안에는 '음료 제품에 빨대를 부착해서는 안 된다'는 새로운 규정이 담겨 있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개정안은 빨대가 아닌 재활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서도 "플라스틱과 종이 등 원재료에 관계 없이 모든 부착형 빨대를 금지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이르면 내년 중 이 법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세계적 흐름과 동떨어질 뿐 아니라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온다. 유럽연합은 2021년 7월부터,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21년 말부터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한다. 플라스틱을 소재로 만든 빨대만 대상일 뿐 생분해되는 종이빨대는 부착형이든 아니든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서일의 박재일 부회장은 "빨대 업계도 친환경이 대세이기 때문에 2년 전부터 종이 빨대를 양산하고 있고, 더 나은 제품을 내놓기 위해 연구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내수 시장 자체가 사라질 뿐 아니라 고용 안정성에도 해를 끼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서일은 1979년 설립된 빨대 제조업체다. 1980년대 구부릴 수 있는 U자형 빨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음료가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U자형을 한번 더 구부린 Z자형 빨대도 세계에서 처음 양산했다. 서일이 국내 김포를 비롯해 전 세계 9개 공장에서 연간 생산하는 빨대만 500억 개를 조금 넘는다. 금액으로는 약 2000억원어치다. 남다른 기술력 덕분에 창립 이래 단 한 차례 적자를 낸 적이 없고 매출도 뒷걸음친 적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박 부회장은 "서일은 구부리는 빨대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이 35%인 세계 1위"라고 말했다. 이렇게 승승장구해 온 서일 등 국내 빨대업계가 "느닷없는 정부의 과잉 규제에 발목이 잡히게 됐다"는 하소연이다.

환경부는 매장 등에 부착형 빨대를 두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가는 것은 하나의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식음료 업계 관계자는 "음료 농도에 따라 빨대의 굵기와 모양, 길이 등이 모두 제각각이기 때문에 매장에 놓고 소비자가 알아서 쓰도록 하는 건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대 부착형 팩으로 나오는 노약자 및 환자용 영양식은 앞으로 어떻게 대체해 나갈 거냐"며 "대안이 없이 무작정 쓰지 못하게 할 게 아니라 해외 선진국처럼 종이 빨대는 허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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