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과 모빌리티를 결합한 공유킥보드 해외 브랜드의 국내 사업 확장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정부 규제 완화 움직임이 해외 업체의 시장 지배력을 키워주고 있다는 뒷말이 나온다.
미국 공유킥보드 업체 라임코리아는 국내 킥보드 운행 대수 1만5000대를 돌파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9월 국내 사업을 시작한 지 1년3개월여 만의 실적이다. 시장 점유율도 비슷한 속도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기준 서울 내 공유킥보드 운행 대수는 약 3만5000대. 라임의 수도권 킥보드 운용 대수가 1만 대 이상임을 감안하면 전체 시장의 30%에 가까운 비중이다.
지난해 7월 한국 사업을 시작한 싱가포르의 빔모빌리티 성장세도 가파르다. 업계에선 빔모빌리티의 현재 공유킥보드 운행 대수가 1만 대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라임과 빔모빌리티가 사실상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셈이다.
업계에선 제도적 허점이 해외 킥보드 업체들의 공격적 사업 확장에 멍석을 깔아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들은 수천억원대의 투자 자금을 토대로 국내 시장에서 시작부터 ‘물량전’을 펼치고 있었는데, 규제 완화가 오히려 이들의 지배력을 더 견고하게 해준 꼴”이라고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 5월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수단(PM) 관련 규제를 ‘자전거’ 수준으로 완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면허를 따지 않은 중학생도 차도뿐만 아니라 자전거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탈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지난달 10일 시행 이후 개정안 시행을 두고 논란이 이어지자 국회는 부랴부랴 법을 다시 고쳤다. 이달 9일 자전거도로 주행은 유지하되 이용 가능 연령을 만 16세부터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의결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유킥보드 수는 우리 사회가 수용 가능한 범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말했다. 실제 사고와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등 PM 교통사고 건수는 2018년 225건에서 지난해 447건으로 두 배가량 뛰었다. 지난해에만 8명이 전동킥보드를 타다가 사망했다. 무분별한 도로변 주차에 따른 민원도 급증하고 있다. 서울 등 도심에선 공유킥보드를 ‘탈 만한 곳’도 적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전동킥보드는 차도에서 타기 위험한데, 국내 자전거도로는 늘어난 전동킥보드 수를 수용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운행 대수를 줄일 수 없다면 정부가 인프라 확충이라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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