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곽지역 전용 59㎡ 중소형 아파트들이 ‘10억원 클럽’에 속속 가입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 도입으로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차라리 작아도 내 집을 사자’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혼부부 등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서울 외곽지역의 중소형 아파트마저 급등해 서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성북·금천·관악구 등 외곽 중소형 강세
1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광장동 ‘청구’ 전용 59㎡는 지난달 28일 10억6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기존 최고가인 9억9500만원에 비해 7000만원 뛰었다. 이 단지 전용 59㎡ 가격이 10억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광장동 K공인 관계자는 “전셋값이 수억원 단위로 오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중소형 주택형을 찾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며 “이 단지 전용 59㎡ 호가는 11억3000만원까지 상승했다”고 말했다.성북구 길음뉴타운 등 도심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서도 중소형 아파트값이 치솟고 있다. 길음동 ‘길음뉴타운8단지’ 전용 59.9㎡는 최근 10억원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지난 10월 9억1000만원에 거래된 주택형이다. 성북구 A공인 관계자는 “길음뉴타운을 중심에 두고 전체적으로 매매·전세 모두 가격이 오르는 상황”이라며 “특히 지하철 4호선 길음역과 가까운 단지들의 매수 문의가 많다”고 설명했다.
강서구 가양동 ‘강서한강자이’ 전용 59㎡는 얼마 전 10억9900만원에 계약을 마쳤다. 10월 10억6000만원에 손바뀜이 이뤄진 뒤 3900만원이 더 올랐다.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금관구(금천·관악·구로)’에서도 10억원대 진입을 앞둔 전용 59㎡ 아파트가 늘어나고 있다.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 골드파크1차’ 전용 59㎡는 지난달 3일 9억73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했다. 8월 9억1000만원에 거래된 이후 꾸준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구로구 신도림동 ‘동아3’ 전용 60㎡도 지난달 9억9500만원을 찍으며 10억원 클럽 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관악구에선 봉천동 ‘e편한세상서울대입구 2차’ 전용 59㎡가 지난달 11억원 신고가에 팔렸다.
전세난 장기화로 내 집 마련 수요 커져
서울 외곽지역 아파트 거래량도 오름세다.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건수는 4984건으로, 10월 거래량(4367건)을 크게 웃돌았다. 지역별로는 구로구의 아파트 거래가 400건으로 10월보다 70.9% 늘었다. 서울에서 전달 대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금천구 41.2%(68건→96건) △성북구 35.2%(162건→219건) △도봉구 21.4%(201건→244건) 등의 순이었다. 거래 신고기한(계약체결 이후 30일)이 아직 2주가량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증가율은 더 커질 수 있다.부동산 시장 과열로 주요 지방광역시 전용 84㎡ 아파트값이 10억원에 육박하면서 ‘같은 가격이면 서울 아파트를 매수하자’는 심리도 커졌다.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이날 발표한 ‘11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매매시장 심리지수는 138.8로 전달(131.4)보다 7.4포인트 올랐다. 심리지수는 95 미만은 하강국면, 95 이상·115 미만은 보합국면, 115 이상은 상승 국면으로 분류한다.
전문가들은 새 임대차보호법에 따른 전세난 장기화로 세입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중소형 아파트 집값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첫 내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가 많은 서울 외곽지역 전용 59㎡ 아파트값이 10억원을 넘어서면서 ‘더 늦기 전에 사야 한다’는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전세난이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을 통해 중소형 아파트라도 사야겠다는 30대 무주택자가 늘고 있다”며 “가격 상승 기대도 커 투자 수요까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