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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대란' 초비상…"길거리서 사망 더 이상 남 얘기 아냐"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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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최악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수치를 확인하면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이란 현실이 피부에 퍼뜩 와 닿는다. 16일 현재 수도권 중환자 병상은 단 3개밖에 남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숨쉬기 힘들 정도로 위중한 환자라도 입원조차 못하는 상황이 눈앞에 닥쳤단 뜻이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앞선 13일 일반 병상 2260개와 중환자 병상 287개를 확충하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 문제는 소요기간이다. 이를 확보하는 데에는 약 3주가 소요될 예정. 이 기간 동안에는 중환자 발생으로 위기상황이 벌어진다 해도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

의료계가 앞으로 3주간을 '전례 없는 위기상황'으로 우려하는 이유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현장은 그야말로 의료시스템 붕괴 직전"이라며 "정부가 내놓은 계획은 확진자 발생 추이 속도를 감당할 수 없다. 이 기간 동안 사망자가 급증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이미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가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이송되지 못하고, 고령 확진자가 자택 대기 중에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코로나 확진자 역대 최다치…위중증 환자·사망자 수 '급증'
이날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또다시 역대 최다치를 기록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1078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1주간 신규 확진자가 하루 평균 860.7명꼴이다. 지역발생 일평균 확진자도 832.6명에 달해 처음으로 800명 선을 넘었다.

사망자와 중환자 수도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이날 기준 사망자는 12명이 늘어 누적 612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이래 사망자가 가장 많았던 전날(13명)에 이어 연이틀 두 자릿수 사망자가 발생했다.

위중증 환자 수 역시 하루 새 21명이 급증해 226명으로 집계됐다. 이 또한 국내 코로나19가 유행 시작 이래 최대 수치다. 위중증 환자 증가세는 지난달 말부터 좀처럼 꺾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0일 76명에서 이달 1일 97명으로 급증한 위중증 환자 수는 보름 만에 200명선을 넘었다.

위중증 환자가 기하급수적으로 급증하면서 중증환자 가용 병상은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다.

15일 기준으로 전국에 남아 있는 중증환자 병상은 전체 545개 중 40개로 파악된다.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수도권은 서울 1개, 인천 2개 등 통틀어 3개밖에 안 남았다. 경기도는 남은 중환자 병상이 아예 없다.

전담 치료병상의 경우 대전, 경기, 충북, 전북 등 지역에도 입원 가능 병상이 없는 상태다.


중환자는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사망에 이를 위험이 매우 높아진다. 때문에 가장 시급한 당면과제가 중환자 병상 확보가 꼽히는데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앞서 정부가 내놓은 중환자 병상 확보 계획 가운데 이번주(20일)까지 확보될 중환자 병상이 70개 정도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다음 주에 130병상, 이달 마지막 주에 87병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같은 병상 확보 속도로는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를 버텨내기 쉽지 않다. 지난 한 주간 발생한 신규 확진자만 6025명에 이른다. 통상 5~10일 시차를 두고 확진자의 3%가 위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통계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약 180명의 위중증 환자가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 "중환자 병상 확보 절실…사망 사례 연이을 수 있어"
의료계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주부터 인명피해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 2~3월 1차 유행 당시 일일 200명 이상 환자가 쏟아지면서 확진 나흘 만에 구급차에서 사망하거나 자택 대기 중에 증상이 악화되어 사망하는 고령 환자가 나온 바 있다. 이달 11일엔 경기도의 코로나 확진자 6명이 300km가량 떨어진 전남 목포시의료원으로 옮겨졌다. 경기도 중환자가 서울이나 인천으로 이송된 적은 있지만, 비수도권 병원으로 보내진 건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 발생 속도를 감안하면 70개 병상으로는 이번 주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게다가 중환자의 경우 일반 환자보다 입원기간이 훨씬 길다"며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는 기간에 사망하는 사례, 대구·경북 사태처럼 지역 이동 중 사망하는 사례들이 줄줄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천은미 이화여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하루에 중증환자가 20여명씩 나오는데 70개로 어떻게 이번주를 감당한다는 것이냐"면서 "중환자는 한나절 치료가 늦어도 사망하는 경우가 생긴다. 유럽 등에서 길거리에서 사망하는 일들이 더 이상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병상을 확보하는) 3주 기간 중환자 병상이 이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전체 사망자는 당연히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의료 환경 자체가 붕괴되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중환자 병상 확보에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천은미 교수는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공공병원 병상이 매우 적다. 그런데 중환자 병상은 절대 하루이틀 만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당장의 확보 방법은 민간병원 병상 확보밖에 없다"며 "정부가 재정적 지원에 나서서 민간병원 병상을 확보했어야 했다. 지금 빅5 대학병원 같은 경우 이미 일반 응급환자가 차 있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주장했다.

김우주 교수는 "민간병원 병상은 물론 의료진도 선제적으로 확충해 환자 치료에 나서야 한다. 이제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타이밍이 매우 늦은 것"이라면서도 "당장 음압 시설을 확보해 격리 병상 수준은 아니더라도 산소라도 투입할 수 있는 시설을 임시로 만드는 것까지 고려해야 한다.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는 중환자들에게 산소 투입은 사망률을 낮추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중수본 "최선을 다해 병상 확보 시기 앞당길 것"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관계자는 "당장은 3주 간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병원들과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상급종합병원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국립중앙의료원(NMC)이나 거점형으로 중환자실 또는 중준환자실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큰 문제 없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위중증 환자 증가 속도가 병상 확보 속도 보다 앞설 경우에 대해서는 "수도권에서 관련 현상이 발생할 시 비수도권에도 협조를 구하고 자원을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사실 비수도권도 중환자 병상이 넉넉하진 않다"면서 "지자체 협의를 하기 위해 NMC에 지원 상황실이 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생긴다면 NMC 상황실에서 협의를 통해 이송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망률 증가 우려에 대해서는 "병상 확보 기간을 최대한 앞당기려 하고 있다. 사망자 발생이 높아지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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