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쳐켐의 기술력 중 하나는 불소, 즉 플루오린(F-18)이란 방사성 동위원소를 어떤 펩타이드와도 잘 결합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일종의 플랫폼 기술로 볼 수 있는데요.
방사성 의약품은 방사성 동위원소와 전구체(펩타이드) 등을 조합하는 의약품입니다.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보통 외국에서 수입을 하고, 진단용 방사성 동위원소는 국내에서 만듭니다. 이 회사는 알콜 용매를 활용한 합성 방법으로 특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재 갖고 있는 파이프라인 이외에 다른 종류의 펩타이드 조합이 발견되면 이걸 방사성 동위원소에 붙일 수 있다는 겁니다. 이를 표지기술이라고 합니다. 지 대표는 “이를 바탕으로 어떤 종류의 방사성 의약품도 만들 수 있다”고 말합니다.
두 개를 조합할 때엔 자동합성장치라는 기계가 쓰입니다. 보통 기계를 보유하고 방사성 동위원소와 펩타이드를 합성시켜주는 회사가 있지만 퓨쳐켐은 기계를 직접 만들었습니다.
한 대에 1억5000만원 정도에 팔고 있습니다. 얼마전 기술수출한 중국 HTA에도 이 기계를 한 대 보냈습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반감기가 있어 일정 시간 안에 사용해야 합니다. 반감기란 방사선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입니다. 만약 반감기가 하루라면 보통 제조 후 하루 안에 접종을 해야합니다. 방사성 의약품은 제조시설이 각 국가의 거점에 있어야 하는 이유죠.
유영일 퓨쳐켐 이사는 “표지 기술에 있어선 독보적인 세계 1등이라고 자부한다”며 “자동합성장치와 방사성 의약품을 함께 개발, 보유한 회사는 유일하다”고 말합니다.
매출 나오는 바이오 기업
퓨쳐켐의 장점은 전 세계 방사성 의약품 회사 중 가장 많은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라는 겁니다. 회사가 처음으로 시장에 내놓은 제품은 피디뷰라는 파킨슨 진단 제품입니다.
하지만 시장 관심은 알츠하이머 진단 제품인 알자뷰에 더 있습니다. 한국시장엔 2018년 출시됐습니다. 미국 바이오텍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aducanumab) 출시가 임박했기 때문입니다. 승인된다면 2021년 연매출이 4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아밀로이드베타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치료제입니다. 임상시험에서 뇌 속의 아밀로이드베타를 제거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알츠하이머에 의한 경도 인지장애 및 경도 알츠하이머의 임상 상태 악화를 늦춘다는 게 바이오젠의 설명입니다. 내년에 결론이 날 예정입니다.
알자뷰는 이 치료제를 사용하기 전 알츠하이머 진단용 제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두카누맙 사용 후 경과를 볼때도 쓰입니다.
미국시장에선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에 힘들지만 적어도 한국에선 경쟁력이 있습니다. 이 약도 마찬가지로 아밀로이드베타를 진단합니다. 양전자방출 컴퓨터단층촬영(PET-CT)을 찍기 전 정맥주사 형태로 알자뷰를 맞는 것인데요. 보통은 의사가 알츠하이머를 문진을 통해 의심하면 자기공명영상(MRI)나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뇌의 크기가 줄었는지, 변형은 없는지 등을 봅니다. 이 상황에서도 잘 보이지가 않으면 알자뷰와 PET-CT를 찍는 겁니다. 이 제품은 F-18과 펩타이드 조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되는 아밀로이드베타를 찾아 갑니다. 마찬가지로 폭죽처럼 아밀로이드베타와 만나 빛을 냅니다.
현재 한국에서 한 달에 60~70명 정도가 쓰고 있습니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습니다. 경쟁 제품은 GE헬스케어의 비자밀과 라이프몰레큘러이미징의 뉴라체크 등이 있습니다. 각각 연 30억원 정도 매출이 나옵니다. 시장에 4~5년 정도 늦게 들어온 퓨쳐켐은 이제 막 점유율을 높이고 있습니다.
가격이나 제품의 질 측면에선 다른 회사보다 뛰어나다는 게 퓨쳐켐의 주장입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터키의 몰텍이란 회사에 기술수출을 했습니다. 2018년 12월의 일입니다. 총 계약 규모는 1050만 달러였습니다. 이 회사가 현재 유럽 시장에서 임상을 진행 중입니다.
말씀드렸듯이 방사성 의약품은 거점에서 만들어 사용합니다. 환자가 예약이 되면 여기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죠. 알자뷰의 경우 제조 시간이 50분입니다. 뉴라체크는 104분, 비자밀은 60분 정도입니다.
또 주사 후 영상을 찍을 수 있는 시간 역시 짧습니다. 환자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드는 겁니다. 이 회사의 경우 주사 후 30분 후에 찍으면 되지만 뉴라체크와 비자밀은 각각 90분이 걸립니다.
비용 측면에서도 퓨쳐켐의 알자뷰는 35만~45만원, 나머지 두 회사는 55만~65만원입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먼저 출시된 일라이릴리의 아미비드는 한국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 제품이 아두카누맙의 동반 진단 제품인데요. 한국에서는 쓰이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큰 경쟁자가 제거된 겁니다.
파킨슨병 진단에도 강점
파킨슨병 진단 제품인 피디뷰는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라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F-18과 뇌 속에 있는 도파민 운반체(단백질)을 찾아가는 펩타이드인 FP CIT를 붙인 제품입니다.
한국에서 파킨슨 병의 확진과 진행이 얼마나 됐는지 알 수 있는 방법으론 유일한 제품입니다. 의사들이 눈의 깜빡임 등을 보고 파킨슨 병을 진단하는 수준에서 한 발 더 나아간 방식입니다. 올해 한국에서 피디뷰 주사를 맞은 사람은 약 3939명으로 예측됩니다. 매출은 23억원 수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올해 성장세가 꺾이긴 했지만 내년엔 매출이 30억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미국에선 GE헬스케어가 파킨슨 진단 제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F-18이 아닌 요오드를 방사성 동위원소로 쓰고 있습니다. 펩타이드는 같습니다.
요오드는 몸속에서 반감기가 3시간으로 길어 신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피폭량이 늘어나는 겁니다. 주사 후 환자는 SPECT-CT를 찍기 위해 세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사진의 질도 좋지 않습니다.
피디뷰는 90분 후에 검사가 가능합니다. 의약품 가격도 피디뷰는 30만~40만원, GE 헬스케어 제품은 2700달러(약 290만원)수준입니다. 유영일 퓨쳐켐 이사는 “기술이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회사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미국 콜럼비아대에서 연구자 임상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내년 초 임상 신청을 할 계획입니다. 피디뷰는 유럽에선 IASON이라는 회사에 기술수출 됐습니다. 제품 판매 후 1~5년차까지 매출의 15%를 가져갑니다. 6년 뒤엔 매출의 20%가 로열티가 됩니다.
든든한 실탄도 마련
퓨쳐켐은 2018년 300억원 규모로 발행했던 전환사채(CB)의 전환가액이 오랜 시간 동안 주가를 웃돌며 조기 상환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습니다. 주가로 전환하지 않고 투자한 돈을 다시 돌려달라는 압박에 시달릴 수 있었던 겁니다. 지난 7월 3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면서 CB 상환에 대비한 자금을 확보했죠.
다행히 주가가 올라 CB가 주식으로 속속 전환되면서 조달한 자금을 상환이 아닌 다른 곳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전립선암 치료 신약과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에 투자할 수 있게 된 것이죠. 주주들의 비판에도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현재는 이 결정이 회사 성장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CB는 현재 180억원 정도 신주 전환 후 매각됐습니다. 아직 120억원이 남았습니다. 노승원 맥쿼리투신운용 펀드매니저는 “지난 14일 시장에 나온 40억 원의 신주 물량을 기다렸다가 오히려 기관들이 대거 매수에 나서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고 말합니다.
신주 전환 후 매각은 분명한 악재이지만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본 투자자들이 이를 기다렸다가 매수 타이밍으로 삼는 것입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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