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검사징계위원회(징계위) 결과가 '정직 2개월'로 결정됐다. 윤석열 총장 측은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 이미 불복을 예고한 상태여서 치열한 법적 공방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추진하던 권력형 비리 수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 지지하는 국민도 많아 해임보다 정직"
16일 징계위는 윤석열 총장에 대해 정직 '2개월 처분'을 내렸다. 사실상 해임에 해당하는 '정직 6개월' 처분이라는 최악 상황을 피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정직 3개월'로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위는 출석 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게 돼 있다. 징계 수위로는 해임·면직·정직·감봉·견책이 있다. 이날 징계위에는 위원장 직무 대리인 정한중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와 안진 전남대 로스쿨 교수 등 4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용을 종합하면 정한중 교수는 정직 6개월, 이용구 차관과 안진 교수는 정직 2~3개월, 신성식 부장은 의사정족수 충족을 위한 참여 후 기권을 했을 가능성이 있었을 거라는 전언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지명인사인 데다가 여권 성향으로 알려진 정한중 교수와 안진 교수가 해임이나 면직 등 강수를 내놓더라도 여러가지 정무적인 판단을 고려해 결정했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권 인사들의 예상도 이와 비슷했다. 전날 여권 중진인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러 상황을 본다면 (징계위에서 윤석열 총장에 대해) 해임을 안하고 정직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상당히 많아 그분들 입장을 생각한다면 해임보다는 정직을 할 경우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정직 6개월' 처분이 내려지면 내년 7월까지 임기인 윤석열 총장에게 사실상 해임에 준하는 효과가 생긴다는 점, 민심 역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직 3개월'을 결정했으리란 추측이 나왔다.
야권에서도 부산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박민식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이 전날 "정직 3개월의 결론이 정해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내다 봤었다.
검사 출신의 박민식 전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각자의 정해진 각본과 배역에 맞춰 어떤 징계위원은 해임을, 어떤 징계위원은 정직 6개월의 대사를 읊다가 결국 정직 3개월로 낙착이 된다"고 예상했다.
그는 "애초부터 짜고 치는 고스톱이고, 청와대의 정치적 계산에 따른 모범답안일 뿐"이라고 지적한 뒤 "유죄는 기정사실화하면서, 관대한 처분이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교활한 코스프레일 뿐"이라고 날을 세웠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직 3개월이면 현재 진행 중인 월성 원전 사건 등 수사에 타격을 주면서도 그의 정계 진출도 자연스럽게 막을 수 있다"며 "최악의 결정을 내렸다면 윤석열은 물론 야권에 거대한 정치적 동기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그러한 모험을 감행할 이유는 없다"고 분석했다.
현 정부 윗선 겨누던 '윤석열 칼끝' 무뎌질 듯
윤석열 총장이 타격을 입으면서 그가 업무 복귀 첫날 직접 지휘한 대전지검의 월성 원전은 물론 라임·옵티머스, 울산선거 수사 등 이른바 '현 정부 윗선'을 겨누던 수사에도 차질을 빚을 것이란 분석이다.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대전지검이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에 연루된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전격 청구한 것은 윤석열 총장의 수사 지휘가 결정적인 촉매가 됐다.
윤석열 총장의 직무 복귀로 원전 수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은 있었지만 정상 출근 첫날 구속영장 청구를 결정한 것을 놓고 '놀랐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직무 배제 조치 전날까지 대전지검에 감사방해 혐의로는 부족하다며 보강수사를 지시한 점에서도 추미애 장관이나 여권이 허를 찔렸다는 평가가 많았다.
뿐만 아니라 검찰의 칼날이 원전 수사를 매개로 여권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높았던 시점이다. 라임·옵티머스 사건, 울산 선거 개입 의혹 등 야권이 권력형 비리라고 주장하는 사건 수사가 탄력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처분으로 이 같은 사안에 동력이 상실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