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미국은 코로나 백신 뉴스로 들썩였습니다. 화이자 백신 보급이 시작된 이날 아침 뉴욕시 퀸스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샌드라 린지가 처음 접종을 받았습니다.
뉴욕 증시는 장 초반 다우가 200포인트 이상 급등하며 장중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조금씩 열기를 잃어가면서 결국 약보합세로 마감됐습니다. 다우는 0.62%, S&P 500 지수는 0.44% 하락했습니다. 나스닥만이 0.5% 올랐습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4월까지 미국과 영국에서 인구의 50% 이상이 백신을 접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또 5월이면 캐나다, 6월에는 유럽연합(EU)과 호주, 7월이면 일본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화이자와 모더나에 이어 내년 1월께 존슨앤존슨, 아스트라제네카 등에서 만든 백신도 보급되면서 충분한 양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AP통신은 입소스 여론조사를 인용해 미국인 10명 가운데 8명이 백신 접종 의사를 밝혔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동안 "백신을 맞겠다"는 사람이 응답자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던 것보다 진전된 겁니다. 다만 44%는 부작용 등을 보고 천천히 접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내년 봄바람과 함께 금세 경제가 정상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빌 게이츠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크 쓰기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2022년에 들어갈 때까지 지속돼야하며 레스토랑, 바 등은 향후 6개월은 문을 닫아야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잘 관리한다면 12~18개월 사이 정상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백신을 맞은 사람도 당분간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백신을 맞은 뒤에도 코로나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여전히 방역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미 질병통제국(CDC)도 백신 접종이 시작되어도 당장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거나 마스크를 쓰고 모임을 피해야 하는 현재의 일상생활에 큰 변화가 생기진 않는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날 미국의 코로나 사망자는 총 30만 명을 넘어 제2차 대전 때 미군 전사자 수를 넘어섰습니다. 이는 피츠버그의 전체 시민 숫자와 비슷합니다. 이날 뉴욕시의 빌 드블라지오 시장은 "뉴욕시민들은 또 다시 전면 봉쇄 가능성에 대비해야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럽에서도 독일과 영국 런던이 봉쇄 조치를 최고 수준으로 강화했습니다.)
뉴욕 증시가 힘을 잃은 건 뉴욕 시장 발언이 보도된 직후부터 입니다. 여전히 앞으로 4~6개월간 어두운 겨울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투자자들이 다시 깨닫게 된 겁니다.
이에 투자자들은 다시 '재택 수혜주(Stay at Home)'에 몰렸습니다. 넷플릭스가 3.82%, 펠로톤이 4.11% 급등했고 아마존도 1.30% 상승했습니다. 이처럼 기술주들이 다시 오르면서 나스닥만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증시가 지속되는 오름세에 조금씩 지쳐가는 듯한 모습"이라며 "이럴 때 뭔가 터지면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여러 투자심리 지표를 볼 때 투자자들은 안이한 상태에 있다"며 "이는 내년 초 증시에 역풍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백신으로 인한 경제 정상화와 관련된 논쟁은 종목별로도 뜨겁습니다. 지난 두 달간 경기민감주, 낙폭과대주들이 기술주에 비해 강세를 보이면서 상당 폭 반등한 데 따른 겁니다.
이날 이슈가 됐던 종목들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항공주. 여행주
항공주들은 최근 급등했습니다. 델타항공의 경우 지난 10월 말부터 40% 가량 올랐습니다. 메리어트호텔 등 각종 여행주도 비슷합니다. 이에 대해 추가 매수를 권하는 의견과 경영 정상화가 지연될 것이란 시각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포틴리서치의 워런 파이스 설립자는 "내년 경제 재개를 충분히 활용해 항공주, 석유화학주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라"고 추천했습니다. 그는 "항공 여행의 정상화는 경제 회복의 진정한 핵심 요소"라며 "이는 항공연료인 제트유 소비를 늘려 원유가도 끌어올릴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2021년 항공우주산업 전망에서 내년 최고의 주식으로 보잉을 선정했습니다. "2021년은 세계가 다시 날아가는 해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코스트코의 크레이그 젤리넥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내년 봄부터는 여행과 휘발유 수요가 조금씩 살아나는 걸 보게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케빈 오릴리 오릴리투자자문 설립자는 "라스베이거스 등 대형 컨벤션센터에 내년 여름까지 예약되어 있는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아무 것도 없다"며 "항공 수요는 향후 2~3년에 걸쳐 천천히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항공여행업은 마진율이 낮다"면서 "매출이 20% 줄어든 상태라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유나이티드 에어라인이 이날 3.4% 급락하는 등 주요 항공사 주가가 모두 내렸습니다. 크루즈 회사인 카니발과 로열 캐러비안 크루즈도 각각 1.81%, 3.18% 하락했습니다.
IPO 주식
지난주 연이어 상장한 도어대시와 에어비앤비는 기업공개(IPO) 버블 논란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각각 80%, 110% 이상 높게 형성되면서 폭등한 탓입니다. 올해 IPO한 기업들의 80%는 여전히 적자 상태지만 주가는 상장 후 급등했습니다. 1999년 닷컴 버블 때와 비슷한 수치입니다.이날 소형 증권사 고든헤스켓의 로버트 몰린스 애널리스트는 에어비앤비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에서 '시장수익률 하회'로 한꺼번에 두 단계나 낮췄습니다. 몰린스 애널리스트는 "에이비앤비의 밸류에이션은 온라인여행사들과 비교해 매우 높다"며 "온라인여행사보다 높은 성장률을 감안하고 이 회사가 주가수익비율(PER)에서 프리미엄을 받을 자격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지만 300~400%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분석이 알려지면서 에어비앤비는 이날 6.64% 급락해 주당 130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상장 첫날 장중 165달러를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20% 이상 내린 것입니다.
도어대시에 대해서도 비슷한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DA데이비슨의 톰 화이트 애널리스트는 IPO 이후 폭등한 도어대시의 밸류에이션에 대해 우려하면서 투자 등급을 '매수'에서 '중립'으로 낮췄습니다. 그는 "도어대시는 음식배달앱 업종내 선도주이며 우수한 성장률, 시장점유율 상승세, 초기에도 이익을 내는 상황 등을 감안해 프리미엄 배수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현 주가는 내년 핵심 사업에서 어떤 문제도 발생할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도어대시도 이날 8.57% 급락했습니다.
이렇게 IPO가 뜨겁게 달아오르다 보니, 공모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상장을 연기하는 기업도 나왔습니다. 로블럭스는 현재 IPO 구조로는 임직원들이 상장할 때 낮은 공모가로 주식을 팔 수 밖에 없다며 이를 내년 초로 늦췄습니다. 다시 구조를 바꿔 높아질 시초가만큼 공모가를 높이겠다는 것입니다.
디즈니
디즈니는 지난 10일 투자자의 날 행사에서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가 8680만 명에 달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작년 11월 출시할 때 밝혔던 5년내 목표치를 1년 만에 달성한 것입니다. (디즈니는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 고객들에게 1년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디즈니는 여세를 몰아 2024년까지 2억3000만 명~2억6000만 명을 확보하겠다는 새로운 가이던스를 제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지난 10일 155달러 수준이던 주가는 11일 177달러까지 급등했습니다. 하지만 이날은 3.65% 떨어진 169.3달러로 마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디즈니의 PER가 경쟁사인 넷플릭스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BMO캐피탈마켓의 대니얼 새먼 애널리스트는 디즈니 목표 주가를 165달러에서 185달러로 높이면서도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시장평균'으로 낮췄습니다. 새먼 애널리스트는 "백신 접종률이 나아지면 디즈니가 '경제 재개' 테마로 계속 힘을 받겠지만, 최근 백신 뉴스와 투자자의 날 이후 주가가 여러 차례 급등한 탓에 지금은 옆으로 물러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밝혔습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