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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낙하산 행장의 횡포"…기업銀 노조, 대통령에 책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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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IBK기업은행장과 노동조합의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 1월 노조가 청와대 출신 낙하산 행장을 반대하며 윤 행장의 출근 저지 활동을 벌인지 11개월 만이다. 이번에는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이 문제가 됐다.

15일 기업은행 노조는 서울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1인 시위를 열고 노조를 법과 상식에 어긋나 불법을 저지르는 집단으로 매도한 윤 행장의 사과와 윤 행장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이날 "윤 행장의 조직 파괴, 노동 무시에 항의하는 의미로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하게 됐다"며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책임을 요구한다"고 했다.

지난달 말 기업은행 노조는 임단협 상견례를 열었다. 노조와 사측이 처음으로 만나 앞으로 진행할 임단협에 대한 입장을 확인하는 자리다. 임단협 상견례는 외국인 은행장도 빼놓지 않고 참석할 정도로 중요한 자리로 인식된다. 앞으로 진행될 임단협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서로에게 예의를 표현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윤 행장은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결국 임단협 상견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후 진행된 임단협 본 협상에서 갈등이 터졌다. 교섭 자리에 전국금융산업노조(금융노조) 박홍배 위원장이 동석한 것을 놓고 사측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기업은행 노조와 협상을 진행하는 사측은 금융노조 위원장을 '외부세력'이라 표현하며 협상을 이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사측은 한발 더 나아가 전 직원을 상대로 이메일을 보내 '노조가 임단협에서 억지를 쓰고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며, 예의에 어긋난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경영지원담당 부행장의 이름으로 발송됐지만 사실상 윤 행장의 지시로 작성된 이메일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노조 측은 즉각 반발했다. 상급 단체인 금융노조 측이 임단협에 참석하는 건 관행에 비춰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사측이 노조를 적대시하면서 내부 분란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성명을 통해 윤 행장을 비판하고 나섰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노조는 원래 주어진 환경에서 직원의 임금과 복지 등 근로 조건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협상하고 맞서 싸우는 조직"이라며 "노조에 대한 윤 행장의 인식을 보고 참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가슴이 아프다"고 했다.

노조의 거듭된 비판에도 윤 행장과 사측은 침묵하고 있다. 이에 노조 측은 이날부터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임명권자인 대통령이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호소다.

김 위원장은 "윤 행장의 조직 파괴와 노동 무시가 도를 넘었다. 은행에 대한 비전문성과 노조에 대한 삐뚫어진 인식으로 비롯된 폐해"라며 "윤 행장을 임명 강행한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아래는 기업은행 노동조합 성명서 전문>

은행을 모르는 행장이 조직을 파괴하고 있다

'안정이 필요할 때는 내부출신, 혁신이 필요할 때는 외부출신' 지난 1월 문재인 대통령이 낙하산 행장 임명에 극렬히 저항했던 기업은행 노조를 설득하며 한 말이다. 윤 행장 취임 후 지난 1년은 코로나19 비상시국이었고, 기업은행 직원들은 폭발적 업무량을 견디며 국난극복에 최선을 다했다.

그 사이 은행장이 시도한 혁신 정책들은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조직의 안정성만 해쳤다. 혁신도 안정도 놓쳤다. 은행을 모르는 CEO가 일으키는 폐해의 전형이며 노조가 그토록 우려했던 외부인사의 핵심부작용이다. 무엇보다 행장 취임 후 불법과 편법이 크게 늘었다. 노조가 두 번의 직원 설문조사를 통해 밝혀낸 바, 본점에는 주52시간 근무제 위반이 급증했고 영업점에서는 꺾기 등 불건전영업이 대폭 늘었다.

행장의 노동 무시, 도를 넘었다

더불어민주당 정권의 핵심 철학 중 하나가 '노동 존중'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모두 평생을 노동 존중과 노사 화합을 위해 헌신한 이들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 행장은 모범적 노사관계를 유지해 온 금융노조, 그 중에서도 가장 신뢰가 두터웠던 기업은행의 노사관계를 일거에 망가뜨렸다.

전례를 무시하고 법의 뒤에 숨어 노조를 파트너가 아닌 적으로 여기며 폄훼와 비난을 일삼았다. 얼마 전 기업은행 지부 임단협 상견례에 은행장의 참석을 거듭 요청하며 불참에 항의한 금융노조 위원장과 기업은행 노조 위원장에게 '법과 상식에 벗어난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운운한 것이 대표적 예다. 금융노조 위원장의 항의성명, 한국노총 위원장의 유감표명이 뒤따랐다.

낙하산 근절, 말만 하지 말고 시스템을 만들라

윤 행장은 지난 1월 조직의 안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였던 '노사 합의사항'을 임단협에서 논의하자는 노조의 제안을 묵살하고 있다. 약속을 지킬 의지가 있다면 피하고 미룰 이유가 없다. 이로써 안정과 혁신을 동시에 이룰 외부행장에 대한 기대는 소멸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 후보는 금융노조와의 정책협약을 통해 '금융권 낙하산 인사 근절'을 약속했다. 그러나 현재 금융공공기관 8곳 중 7곳이 낙하산 수장이고 소위 모피아 인사는 207명에 이른다. 이런 적폐를 만들어놓고 민주당은 정권 재창출을 바라며 또 금융노조에게 손을 내밀 것인가. 낙하산 수장의 폐해는 기업은행이 마지막이길 바란다. 금융권 낙하산 근절의 대책 마련을 집권세력에게 강력히 촉구한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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