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5년 8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에 직접 연락해 “미국 와이콤비네이터 같은 창업보육기업을 구상해 달라”고 말했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에어비앤비(숙박 공유 플랫폼), 드랍박스(클라우드 서비스) 등을 배출한 세계적인 창업보육 기업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술력으로 무장한 국내 스타트업이 등장하기 위해선 경쟁력 있는 창업보육기업이 필수적이란 게 신 회장 생각이었다.
신 회장은 “롯데를 망하게 할 기업, 기술, 아이디어를 찾아 달라”고 주문했다. 이듬해 2월 법인 설립 때는 사재 50억원도 내놨다.'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하고 직접 투자하는 국내 유일의 투자사 롯데액셀러레이터의 시작이었다.
롯데액셀러레이터가 15일 서울 신천동 롯데시네마 월드타워관에서 ‘엘캠프(L-Camp) 7기 데모데이’를 열었다. 소속 스타트업들의 기술과 아이디어를 소개하는 자리다. 국내외 벤처투자 관계자, 스타트업 관계자 등 700여 명도 온·오프라인으로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엘캠프 소속 10개 스타트업이 각 사 사업 모델과 성과 등을 소개했다. 씹어 먹을 수 있는 천연 구강청정제를 생산하는 스타트업 ‘바른’은 롯데칠성음료와의 제품 공동 개발 사례를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협업을 시작해 내년 1월 구강청정 음료를 출시할 예정이다.
종달랩은 패션 부자재 온라인커머스 ‘부자마켓’을 소개했다. 수많은 부자재 속에서 원하는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인공지능(AI) 이미지 검색 기술 등을 도입한 사례다. 지난 5년간 엘캠프를 거친 스타트업 수는 총 119개. 3660개 기업이 지원해 엘캠프 입소 경쟁률만 연평균 30 대 1에 달했다. 엘캠프 출신 스타트업의 기업 가치(벤처캐피털 평가 기준)는 입주 당시 3029억원에서 9164억원(12월 기준)으로 세 배가량 커졌다. 이들 기업의 임직원 수도 768명에서 1382명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롯데가 투자한 스타트업의 3년차 생존율은 약 82%로, 업계 평균(39.1%)보다 두 배 이상 높다.
전영민 롯데액셀러레이터 대표(사진)는 “60여 개 그룹 계열사들이 스타트업과 협업을 위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며 “돈을 얼마나 벌 수 있냐가 아니라 세상을 얼마나 바꿀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고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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