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7일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탄소 가격 시그널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탄소중립이란 탄소 배출량과 흡수량을 같게 해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이다. 결국 탄소 사용료를 비싸게 만들어 탄소 감축을 유도하겠다는 의미다.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정부는 탄소세 도입이나 경유세 인상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제는 탄소의 값을 결국 서민들이 치르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탄소 저감을 위해 ‘가성비’ 좋은 석탄화력 발전소를 줄이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 가정과 사업장의 전기요금 상승은 불가피하다. 자동차 유류세, 그중에서도 경유세 인상은 화물 운송을 하는 이들에게 고스란히 부담이 전가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국내 사업용 화물차 42만2761대 중 35만926대(83%)는 경유차다. “지금도 과로와 과적에 시달리는 차주들에게 기름값까지 더 내라고 하면 생존권이 위협받게 될 것”(이대근 전국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대외협력국장)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기후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인류가 화석연료의 풍요와 편리를 누리면서 제값을 치르지 않아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후 위기와 서민 경제 중에 전자(前者)가 더 시급하고 중요한 일이라고 누가 단언할 수 있을까.
2018년 프랑스에서 경유세 인상을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들불처럼 일어났던 것은 그들이 정의롭지 않거나 환경을 중시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에게는 미래의 기후 위기도 중요하지만 당장의 밥벌이도 그에 못지않게 절박했기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디바이드(고령층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한 이들이 겪는 정보 격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다. 회의, 수업, 금융 등 생활 전반이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이런 흐름에 뒤처지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을 추진하는 정부의 새로운 과제는 ‘그린 디바이드’ 극복이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걸쳐 녹색성장을 추진해온 한 경제관료는 “공직에서 물러난 뒤 강의를 하다 보면 ‘대기업은 녹색성장을 한다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은 어떻게 하느냐’는 하소연을 자주 듣게 된다”며 “그동안 이런 부문을 간과하고 정책을 만든 것 같아 공직자로서 자괴감과 책임감을 느꼈다”고 했다.
탄소중립은 그 자체로 도전적 과제다. 이제 선언과 홍보는 충분하다. 분야별 탄소배출 비중과 실효성을 감안한 냉철한 계획이 필요하다. 의욕만 앞선 탄소중립은 또 다른 경제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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