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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팅 1위 김지영, 비거리 1위 김아림…2金, US오픈서 '매운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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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챔피언스GC에서 열린 제75회 US여자오픈 3라운드는 선수들에게 ‘공포’ 그 자체였다. 메이저대회의 까다로운 코스 세팅은 차치하더라도 습한 날씨에 축축하게 젖은 페어웨이, 페어웨이 바닥을 메운 진흙 등이 선수들을 괴롭혔다.

악조건 속에서 ‘화수분 K골프’의 위력은 더 빛났다. 이날 전체 참가자를 통틀어 언더파 스코어를 제출한 선수가 김지영(24)과 유해란(19)뿐이었기 때문이다. 김지영은 지난 6월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BC카드 한경레이디스컵 우승자, 유해란은 7월 개최된 제주삼다수 마스터스 우승자로 모두 국내파다. 특히 김지영은 출전 선수 156명 중 유일하게 보기 없이 경기했다. 버디를 4개 잡아 4언더파 67타를 쳤다. 3라운드 전체 최저 타수다.
‘월드클래스’ 국내파…정교한 장타 실력
기대를 모았다가 조기 탈락한 LPGA투어 ‘장타 3인방’ 비앙카 파그단가난(23·필리핀), 아너 판 담(25·네덜란드), 마리아 파시(22·멕시코)는 애초에 이들 ‘토종 장타자’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KLPGA투어 장타 2위 김지영은 사흘 합계 1언더파 212타를 쳐 선두로 나선 시부노 히나코(22·일본)의 4언더파보다 3타 모자란 공동 3위다. KLPGA투어 장타 1위 김아림(25)과 유해란이 사흘 합계 1오버파 공동 9위에 자리했다.

세계랭킹 상위권자(기준월인 3월 당시 72, 75위까지 출전)로 출전한 김지영은 퍼팅 수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국내파 선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사흘간 81개를 기록해 83개의 퍼트를 한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23)를 2개 차이로 따돌렸다. 김아림은 3라운드까지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 262.5야드를 쳐 대회 1위에 오르며 힘을 과시했다.

코로나19로 출전 자격이 확대되면서 뜻하지 않게 출전권을 손에 쥔 김지영은 “전반에는 리더보드를 보지 못했는데 후반에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며 “제가 그렇게 리더보드 상위에 있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차 적응하면서 연습라운드를 했고, 그린 주위에서 연습을 많이 한 덕분에 지금은 코스에 적응됐다”고 했다.

LPGA투어로 잠시 ‘나들이’ 온 국내파 선수들의 활약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인지(26)는 2015년 비회원으로 US여자오픈을, 김효주는 2014년 회원 자격 없이 에비앙챔피언십을 거머쥐었다. 국내에서 열린 LPGA투어 대회를 제패해 미국 무대로 진출한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도 마찬가지다. 사계절이 뚜렷하고 지형이 험한 국내 코스에서 생존 싸움을 하는 선수들은 세계 어느 대회에 출전하더라도 ‘카멜레온’ 같은 적응력을 뽐내고 있다. 이번 대회는 한국과 15시간이 차이 나는 휴스턴에서 열려 한국 선수들은 시차 적응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기를 치렀다.
일본 ‘황금세대’의 부상…“신경 쓰이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마친 시부노는 이번 대회 최종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은 물론 ‘일본골프 황금세대’의 존재감을 충분히 과시했다. 향후 K골퍼들을 위협할 까다로운 상대로 성장한 듯 보인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가 주무대인 그는 지난해 LPGA투어 메이저대회 브리티시여자오픈에 출전했다가 우승하며 ‘신데렐라’가 된 선수다. 이번 대회를 통해 당시 실력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다.

그는 당시 “경력과 실력이 일천하다.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LPGA투어 진출을 스스로 미뤘다. 그러나 최근엔 LPGA투어 퀄리파잉 시리즈를 거쳐 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할 정도로 미국 진출 의지가 강해진 것으로 전해졌다. 시부노가 우승하면 박세리(45), 전인지에 이어 미국 무대 첫 번째, 두 번째 우승을 모두 메이저대회로 채우는 LPGA투어 사상 세 번째 선수가 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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