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 떨어진 새벽기온에 출하량 감소
지난 9일 ‘팜에어·한경 한국농산물가격지수(KAPI: Korea Agricultural product Price Index)’는 전주(114.26)보다 4.72% 오른 119.66을 기록했다. 농산물 가격은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8일(198.12) 연중 최고점을 찍은 뒤 8주간 내리막길이었다. 그러다 지난달 28일 바닥(107.81)을 찍고 오름세를 타고 있다. 13일간 10.9% 상승했다.
팜에어·한경 KAPI지수는 농산물 가격 분석예측기업 팜에어가 작성하고 한국경제신문이 발표하는 국내 최초 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반 농산물가격지수다. 국내 농산물 도소매시장에서 거래량과 대금을 기준으로 상위 22개 품목 거래 가격을 ㎏ 단위로 표준화한 뒤 산출한다.
전주 대비 가장 많이 오른 품목은 오이다. 오이 가격은 ㎏당 2415원으로 전주 대비 26.57%, 전월 대비 80.62% 상승했다. 전년보다도 47.49% 높은 가격이다. 오이 다음으로 전주 대비 상승폭이 큰 품목은 깻잎(25.88%), 상추(20.76%), 파프리카(16.38%) 순이었다.
서울 가락도매시장 관계자는 “새벽기온이 영하로 내려가면서 출하량이 급감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오이와 깻잎 출하량이 20% 이상 감소했고 상추도 생육이 느려져 논산, 익산 등 주산지에서의 수확이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집밥족’의 증가로 가정용 식재료 수요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가격 더 오를 수 있다”
한 대형마트 채소담당 상품기획자(MD)는 “농산물 가격이 반등하고 있지만 평년 대비로는 여전히 약세여서 산지 생산자들이 제값을 받기 위해 출하량을 조절해가며 가격을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깻잎, 상추, 파프리카, 양상추 등 예년보다 가격이 낮은 품목을 중심으로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한 예로 상추는 생산량 급감으로 전월과 비교해 55% 올랐지만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가격대가 17.34% 낮게 형성돼 있다.반면 배추는 김장철임에도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추는 ㎏당 358원으로 전주 대비 13.02%, 전월 대비 25.54% 낮다. 코로나19 여파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김장하는 문화가 위축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KAPI, 장마·코로나19 등 변수 반영
올 한 해 농산물 시장은 전례 없던 악재로 널뛰기했다. 지난 7~8월 역대 최악의 장마로 호박, 딸기, 양파 등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크게 훼손됐다. 시설 복구가 늦어지면서 출하량이 감소했다. 이 영향으로 산지에서는 먹거리 수요가 크게 몰리는 추석 연휴(9월 29일~10월 4일)까지 시장이 요구하는 물량을 맞추지 못했다. 반면 추석 직후에는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외식업소에서 식재료 수요가 크게 줄었다.KAPI지수는 올 하반기의 변화를 수치로 잘 나타냈다. 지수는 지난 7월 1일 111.5를 기록했다가 추석 연휴 직전일인 9월 28일까지 77.5% 오르며 연중 최고점인 198.12를 찍었다. 지수는 연휴 직후인 10월 5일 144.15로 떨어진 것을 시작으로 지난달 말까지 하락세를 이어갔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