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앞으로 시장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사건 조사 및 처리 과정을 전적으로 외부에 맡기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시장실 내부 수면실도 없앤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진 지 5개월 만에 내놓은 대책이지만 성비위 재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울시 성차별·성희롱 근절 특별대책’을 10일 발표했다. 특별대책위원회는 박 시장 사건을 계기로 지난 8월 조직돼 서울시의 제도와 조직문화 등을 점검해왔다.
이날 내놓은 대책의 핵심은 서울시 권력의 최상단에 있는 시장의 성비위 사건은 시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맡겨 처리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인지하는 즉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이 여성가족부 ‘기관장 사건 전담 신고창구’에 통지하면 사건 내용에 따라 경찰이 수사하거나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를 맡는 식이다. 하지만 박 시장 사건을 되짚어 볼 때 이 같은 대책은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시장 사건의 피해자는 수차례 다른 직원들에게 고통을 호소했지만 묵살 또는 회유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순영 서울시 젠더특보는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인지한 즉시 가해자인 박 시장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조직 내부에서 사건이 은폐되면 여성가족정책실장이 피해 사실을 인지하기 어렵고, 인지하더라도 외부 기관에 제대로 알리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검찰은 박 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지난 4월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시청 비서실 직원에게 이날 징역 8년을 구형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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