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가 10일 한국이 미·중 갈등 사이에서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보다는 한·미 동맹에 더 큰 관심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맹을 강조하는 조 바이든 차기 미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관계에 공을 들이는 정부의 의중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특보는 이날 서울 신촌동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개최된 ‘2020 한반도 평화정책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해 미·중 간 대립이 한국의 교역과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전략적 파트너(인 중국)보다는 한·미 동맹에 대해 좀 더 관심을 둬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문 특보는 미·중 갈등이 지속될 경우 한국은 매우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이라고 말할 수 있고, 중국은 전략적인 협력관계를 갖고 있어 중국도 필요하고 미국도 필요하다”며 “우리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중국이 신냉전의 적대적 관계를 피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문 특보가 대중(對中) 외교보다 한·미 동맹에 방점을 찍으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 관계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이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특보는 정부 내 소위 ‘자주파’의 대표주자로 그동안 적극적인 남북한 협력과 미·중 간 균형외교를 강조해왔다.
문 특보는 미 대선 전인 지난 10월 한국의 동아시아재단과 미국의 애틀랜틱카운슬이 공동 주최한 화상 세미나 연설에 참석해 한국이 미국의 중국 견제용 군사훈련에 동참할 경우 “중국은 한국을 적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중국이 한국에 대항해 둥펑 미사일을 겨냥하고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은 물론 서해에서 군사적 도발을 할 것”이라며 “미국이 우리를 보호하려 하고 보호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토론에 참석한 미국 측 연사들은 바이든 차기 행정부의 대중 정책 기조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비해서는 완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지금보다 한발 물러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중국을 적대시하는 정책보다는 중국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리 카지아니스 미 국익연구소 한국담당 국장은 미국이 특정 사안에 대해 명확한 ‘레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중국해·동중국해·대만 등 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지정학적인 사안들을 중심으로 일정 수준의 레드라인을 제시하고 중국이 그 이상 도발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카지아니스 국장은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략적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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