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예년보다 추운 겨울이 예고되면서 안전한 운행을 위한 자동차 점검 필요성도 더욱 높아졌다. 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조사들도 연말을 맞아 동계 무상점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에게 꾸준히 점검받는 것이 안전한 운행에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당장 점검을 받기 어려운 운전자를 위해 꼭 살펴야 하는 6가지 요소를 모아봤다.
타이어, 추울 때 성능 저하…제동거리 길어진다
눈과 얼음이 쌓인 도로에서 자동차가 제대로 달리고 멈추려면 타이어 상태를 세심히 관리해야 한다. 더군다나 타이어는 주원료인 고무의 특성상 낮은 기온에서 경화돼 본연의 성능이 저하되기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한국타이어 실험 결과에 따르면 눈길에서 시속 40km로 달리다 제동할 경우 사계절용 타이어 제동거리는 37.84m에 달한다. 눈길이나 빙판길은 일반 노면보다 4~8배나 더 미끄럽기 때문이다. 낮은 온도에서도 쉽게 경화되지 않는 겨울용 타이어로 교체한다면 충분한 접지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타이어 공기압과 트레드를 월 1회씩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타이어 공기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적으로 감소하지만, 겨울철에는 수축 현상으로 더욱 빨리 감소하는 경우가 많다. 공기압이 부족한 타이어는 과열될 우려가 있고, 겨울철에는 온도차로 타이어가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마모가 심해지기에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공기압을 평소보다 낮춰 주행하는 것은 금물이다.
트레드 마모한계선(트레드 깊이 1.6mm)이 넘은 타이어는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므로 교환해야 한다. 안전운전에 투자하겠다면 1.9mm 정도에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간단하게는 타이어 트레드에 100원짜리 동전을 거꾸로 넣어서 교체 시기를 확인할 수 있다. 이순신 장군의 모자가 밖으로 드러나면 타이어를 교체해야 하는 시점이다.
브레이크 소리에 민감해야 큰 지출 막는다
겨울철 브레이크를 밟으면 '끼이익'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다. 날씨가 추워지며 브레이크 디스크에 수분이 맺히고, 이 수분이 녹을 만들어 긁히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아침에 많이 발생하기에 이 같은 현상을 '모닝 이펙트'라고 부른다. 주행을 하며 몇 차례 제동을 걸면 녹이 떨어져나가고 디스크 온도도 올라가며 소음은 사라진다.만약 장시간 주행을 하는데도 소리가 지속된다면 브레이크 패드나 라이닝이 마모됐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해당 부품을 교환하라는 신호이고, 해당 시기를 놓치면 고가의 브레이크 디스크까지 교체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수 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 감이 부드럽고 제동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면 브레이크 액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여름철에는 브레이크 마찰열에 브레이크액이 끓어 기포가 생길 수 있고, 겨울철에는 브레이크 라인에 공기가 들어가 브레이크액의 흐름을 방해할 우려가 있다. 브레이크액의 교환주기는 보통 2년 혹은 주행거리 기준 4만km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 차량이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휘는 느낌이 든다면 브레이크 캘리퍼 등 유압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수 있다.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페달에 맥동이 뛰는 감각이 있다면 ABS가 작동하는 것일 수 있지만, 브레이크 디스크가 휘었을 우려도 있다.
추위에 민감한 배터리…손상되면 회복 불능
매년 12~1월 차량 긴급호출 서비스 사유의 절반 이상은 배터리 문제다. 겨울철 차량 방전으로 불편을 겪는 사용자가 많은 것이다.추운 날씨에는 엔진오일이 굳어 엔진을 돌리기 위해 더 높은 열과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엔진오일과 마찬가지로 배터리 전해액도 굳어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고 시동을 걸기 어려워진다. 겨울철 배터리 성능은 약 30% 가량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역시 이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겨울철 주행거리가 짧아지고 충전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번 성능이 떨어진 배터리는 회복이 불가능하기에 교체 비용이 비싼 전기차는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방전을 겪지 않으려면 우선 차량을 가급적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 주차해 추위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터리를 헝겊이나 모포 등으로 감싸는 것도 방법이다. 차량 시동을 끈 상태에서 블랙박스, 히터, 오디오 등 전자기기 사용을 줄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은 배터리를 교환하는 경우 "신품의 경우 6개월까지는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방전돼 수명이 줄어들 수 있다"며 새 배터리의 제조일자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5년 정도 지나면 점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동액 섞어쓰면 자동차도 '동상'…전기차는 '절연형'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냉각수가 얼지 않게 해주는 부동액을 점검해야 한다. 특히 여름철 엔진 과열을 막고자 냉각수를 많이 보충했다면 부동액 농도가 달라졌을 수 있다. 코오롱모빌리티는 "부동액은 냉각수가 얼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라디에이터 및 관련 부품 부식도 방지해준다"며 적절한 부동액과 물 비율로 5대 5를 제시했다. 이렇게 혼합할 경우 영하 35도까지 냉각수가 얼지 않게 된다. 부동액 농도가 35% 이하로 내려가면 부식 방지 능력이 떨어지고 60%에서 어는점을 영하 51도까지 낮춰주지만, 국내에서는 필요치 않다는 평가다.
또한 차량 제조사에서 추천하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부동액은 제조회사마다 배합비나 성분에 차이가 있기에 다른 제품과 혼합 사용하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성능이 떨어진다. 따라서 교환하는 경우에는 기존 부동액을 완전히 배출한 후 수돗물을 주입해 공회전시킨 뒤 다시 배출하는 작업을 2회 이상 하는 것이 좋다.
전기차도 배터리나 모터를 보호하기 위해 부동액을 사용한다. 다만 일반 자동차용 부동액 사용은 금물이다.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은 "전기차는 절연형 전용 부동액을 사용해야 한다. 일반 부동액을 쓰면 화재와 고장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한 고장이 발생하면 보증수리 불이익을 입는 것은 물론, 수천만원에 달하는 비용이 발생하는 배터리 교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눈 내리는 겨울밤 시야 확보는 필수
밤이 길고 눈까지 내리는 겨울은 시야 확보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전조등과 후미등 등의 작동 여부는 눈으로 식별하는 것이 가장 쉽다. 친구, 가족에게 브레이크 페달 등을 밟는 동안 작동 상태를 확인해달라고 하는 것이 좋다. 최근 출시하는 차량들은 제논 램프를 장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조등 불빛이 선홍색이라면 램프를 바꿔야 한다. 할로겐 램프의 일반적인 교환주기는 약 4만~5만km다. 와이퍼도 운전자의 시야 확보에 중요한 용품이다. 와이퍼 상태는 와이퍼 암에 탈부착하는 블레이드의 고무로 알 수 있다. 와이퍼 블레이드에 길게 달린 고무는 겨울철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딱딱해지거나 삭는다. 이 경우 '삐익' 소리가 나고 유리면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아 눈이나 빗물 등을 깨끗이 닦아내지 못한다. 수명이 다한 와이퍼를 계속 사용하면 전면 유리가 손상될 가능성도 있다. 자주 사용하지 않더라도 1년·1만km 주기로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밤 사이 차량 유리에 눈이나 성에가 잔뜩 꼈다면 대강 눈만 치운 뒤 시동을 걸고 히터를 틀어 얼음을 어느 정도 녹인 뒤 치우는 것이 정석이다. 급하게 얼음을 제거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플라스틱이나 금속 도구로 긁어내면 유리에 흠집이 나고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리가 깨져 배보다 배꼽이 커질 우려가 있다.
추운 지역에 거주해 자동차 앞 유리에 성에가 자주 낀다면 성에방지용 커버나 신문지 등을 씌워 예방할 수 있다. 성에 제거용 압축 스프레이도 마련하거나 알콜과 물을 2:1 비율로 섞어 뿌려줘도 효과를 낼 수 있다.
필터류 살피고 비상 용품도 구비해야
자동차에는 연료 내 이물질을 걸러주는 연료필터가 있다. 다양한 이물질과 수분이 유입되는데, 겨울철에는 연료필터 수분이 얼면서 필터가 막혀 시동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 1년 중 초겨울에 1번 정도 정기적으로 점검하면 연료필터 막힘을 방지할 수 있다.초미세먼지를 배출하는 경유차는 매연포집필터(DPF)가 장착된다. 축적된 매연은 DPF 손상이나 엔진 성능 악화의 원인이 되기에 배출가스 등급이 높은 노후 경유차일수록 고장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엔진오일 누유 등을 살피며 함께 점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연소 방해 물질 유입을 차단하는 DPF 전용 엔진오일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아무리 예방해도 사고를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 일부 용품을 마련하면 사고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자동차 고장을 알리는 안전삼각대는 도로교통법에서도 사용을 강제하고 있다. 모든 차량이 출고될 때 차 안에 비치되어 있으니 꼭 챙겨야 한다. 안전삼각대는 차량과 주간에는 100m, 야간에는 200m의 거리를 두고 설치하면 된다. 안전삼각대를 설치하러 가는 동안 사고가 발생할 위험도 있으니 반사조끼도 함께 챙기는 것이 좋다.
자동차가 고장난 경우 보험회사에 연락하면 조치를 취해주지만, 추운 겨울에는 보험회사 출동이 늦어질 우려도 있다. 여분의 담요와 보조배터리 등을 구비하면 위기 상황에서 보다 여유를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 방전의 경우에는 휴대용 점프스타터가 있다면 보험회사를 기다리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 휴대용 점프스타터 중에는 전조등이나 보조배터리 등의 기능까지 가진 제품도 있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겨울은 예년보다 평균기온이 다소 낮고, 급격하게 기온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겠다"며 "선제적으로 자동차 관리를 해둬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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