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로봇 개발 분야 선두주자인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조만간 인수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10월 회장으로 추대된 뒤 처음으로 단행하는 대형 인수합병(M&A)이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소유한 일본 소프트뱅크그룹과 가격 등 세부 조건에 대한 협상을 끝내고 조만간 인수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지분을 나눠서 인수하기로 한 가운데 가격은 당초 알려진 1조원에 약간 못 미치는 8000억~9000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이 중 절반가량을 현대자동차가 부담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폿’으로 유명한 회사다. 1992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연구소에서 분리 독립한 뒤 2013년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년 소프트뱅크에 다시 인수됐다. 2015년 처음 선보인 스폿은 네발로 걷고 뛰며, 계단을 오르내리는 능력을 갖춰 주목을 받았다.
로보틱스를 미래 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낙점한 현대차그룹은 이번 인수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점에 한층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현대차그룹의 미래 먹거리는) 자동차가 50%가 되고 30%는 개인항공기(PAV),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18년 그룹 내 로보틱스팀을 신설한 뒤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과 미국의 로봇 스타트업 리얼타임로보틱스 등에 투자했다. 올초에는 향후 5년간 개인용 비행체, 로보틱스, 라스트마일 모빌리티 등에 1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IB업계는 현대차그룹이 다른 모빌리티 분야 관련 M&A에도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채연/이상은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