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해, 늘 새로워. 잘생긴게 최고야'
올해 자동차 중형 세단 시장에서는 이 같은 영화배우 정우성의 발언이 딱 들어맞았다. 디자인으로 무장한 기아자동차의 K5가 지각변동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K5는 올해 출시 후 처음으로 '국민차'인 현대자동차의 쏘나타를 제치고 중형 세단 판매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7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K5와 쏘나타의 올해 11월 누적 판매량은 각각 8만932대, 6만3824대로 집계됐다. 올 들어 월간 판매량 기준 쏘나타가 K5를 한번도 넘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쏘나타가 '막판 역전극'을 쓸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달 쏘나타가 올해 월 최고 판매량(7911대·6월)을 달성하고 K5가 월 최저 판매량(3905대·8월)에 머무르더라도 이미 2만대 가까이 벌어진 판매량을 좁히기엔 역부족이다.
K5는 2010년 출시 이후 연간 판매량에서 '국민 세단' 쏘나타에게 줄곧 뒤졌다. 지난해에도 쏘나타는 국내에서 누적 9만9503대, K5는 3만8152대 팔렸다.
K5의 반격은 올해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2월 3세대 완전변경(풀체인지) 모델 출시를 앞두고 전달 사전계약에 돌입하면서부터 중형 세단 시장 내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K5는 사전계약 첫날인 지난해 11월21일 7000여 대의 계약 대수를 기록하더니 영업일 기준 3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1월에는 판매량을 9533대를 기록, 같은 기간 쏘나타 판매량(7379대)을 훌쩍 넘기면서 2011년 10월 이후 98개월 만에 월간 판매량으로 쏘나타를 처음 앞섰다. 이후에도 K5는 매월 쏘나타 판매량을 앞질렀고, 지난 6월에는 한 달에만 1만대 넘게 팔리는 기염도 토했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형제차' 쏘나타를 누를 수 있었던 K5만의 경쟁력은 '디자인'에 있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분석이다. 기존 1·2세대와 달리 3세대 K5는 스포티함과 역동성을 강조해 기존 40~60대뿐만 아니라 2030세대 고객층까지 사로잡았다는 게 업계 평가다.
3세대는 호랑이코를 형상화해 헤드램프와 라디에이터 그릴을 분리했던 기존 배치 형식을 모두 허물고 '타이어 페이스'를 구현한 점이 특징이다. 차 길이와 폭은 커진 반면 높이는 낮춰 스포티한 느낌도 한껏 살렸다. 올해 K5를 구매한 전체 고객 중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35%로 지난해 같은 기간(18%)과 비교했을 때 2배 가까이 늘었다.
기존 가솔린 모델 이외에도 LPG(액화석유가스) 모델과 하이브리드 모델 등 다양한 파워트레인을 구축한 점도 폭넓은 소비차 층을 확보한 비결로 꼽힌다.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하던 이중접합 소음 차단 유리를 전체 모델에 확대 적용하는 등 높아진 상품성도 한 몫 했다.
쏘나타는 '안락한 패밀리카'로 승부수를 던졌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보다 큰 차인 준대형 세단 그랜저로 옮겨가면서 판매가 급감했다는 평이 나온다. 한층 젊어진 디자인으로 재탄생한 뉴 그랜저가 기존 쏘나타 소비층인 3040세대 수요를 흡수한 것이다. 반면 K5는 특유의 스포티함으로 상위 모델인 K7와 이미지 차별화에 성공했다.
업계는 쏘나타가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탈환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쏘나타는 지난해 6월 1만29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내리막을 걸었다. 그해 10월 '쏘나타 센슈어스'로 반전을 꾀했지만,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들어서는 월 최고 판매량이 7900대 수준에서 그쳤다. 지난 8월엔 3662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판매 확대를 위해 지난 9월 N라인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4000대 후반에서 5000대 초중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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