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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경총 목소리 약해지자…'최태원 등판론' 부상에 결심 굳힌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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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60·사진)은 재계 ‘맏형’으로 불린다. 실제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가장 나이가 많다. 최 회장 주도로 올 들어 4대 그룹 총수 모임도 여러 차례 가졌다. 지난달에는 SK가 운영하는 워커힐호텔의 애스턴 하우스에 모였다. 이 모임에선 차기 대한상의 회장 얘기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주)LG는 대한상의 회장을 선출하는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모두 들어있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직을 맡기로 한 배경에는 기업 목소리가 정부에 잘 반영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게 경제계 시각이다. 과거 경제단체는 각자 나름의 역할을 갖고 정부와 긴밀히 소통했다. 대기업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중소기업은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주로 의견을 냈다. 노사 문제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에서, 무역관련 애로사항은 한국무역협회를 통해 전달됐다.

하지만 이번 정부 들어 전경련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하면서 ‘창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정당하고 합당한 기업 목소리조차 묻히기 일쑤였다. 이른바 ‘규제 3법’ 등 기업 활동에 큰 부담을 주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지만 경제계 우려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 경총이 전경련을 대신해 기업 의견을 종종 정부·여당에 전달하긴 했으나 큰 반향은 없었다.

반면 박용만 회장이 2013년부터 이끌어 온 대한상의는 영향력이 커지면서 대기업, 중소기업 등 경제계를 아우르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 전경련을 대체하는 별도 경제단체 설립까지 검토했던 기업들은 대한상의로 의견을 모으기 시작하면서 최 회장이 자연스럽게 적임자로 꼽혔다. 최 회장도 “기업인으로서 책임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해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을 맡아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확산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는 분석도 있다. 최 회장은 기업이 이윤 창출에만 매달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본다. SK 임직원들에게도 적극적인 사회문제 해결을 연일 주문한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VBA 2020 코리아’ 세미나에서 “지금은 기업 활동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때”라며 “한국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측정과 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돌려 놓는 데 대한상의 회장으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말로 재계 관계자들은 이해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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