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공원 계획 부지에 들어서는 ‘민간공원 조성 특례’ 단지가 관심을 끌고 있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 기업이 5만㎡ 이상인 도시공원 계획 부지의 70% 이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뒤 지방자치단체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고 나머지 부지에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각종 규제로 막힌 가운데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아파트 주요 공급원으로 떠오르고 있다. 입주민이 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숲세권’ 단지로 조성돼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다.
도시공원 부지에 아파트 잇따라
4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이달 인천 연수구 선학동에서 ‘한화 포레나 인천연수’를 내놓는다. 단지는 지하 3층~지상 23층, 9개 동, 총 767가구 규모다. 모든 가구가 전용 84㎡로 공급된다. 인천시 최초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지다.8만5000㎡ 규모의 무주골 근린공원과 함께 조성된다. 공원 부지에는 주민 편의시설과 나들쉼터, 단풍나무뜰, 상상놀이숲 등 다양한 녹지공간이 들어설 예정이다.
2009년 5월 도입된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오랜 기간 개발되지 않고 방치된 도시공원 부지를 활용해 주택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토지 보상·부동산 개발정보 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전국에서는 총 72개의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은 최근 수도권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 단지 두 곳을 잇따라 공급했다. 지난 7월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서 분양한 ‘기흥 푸르지오 포레피스’(677가구)는 8만5443㎡ 규모의 영덕공원 부지에 들어선다. 9월에는 경기 수원시 영흥공원 부지에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1509가구)이 공급됐다. 영흥공원 면적은 서울 여의도공원(약 23만㎡)의 두 배가 넘는 59만1308㎡에 달한다.
호반건설은 올 들어 인천, 경북 안동시, 제주 서귀포시 등 10여 곳의 민간공원 특례사업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 민간공원 특례사업전담팀을 꾸린 한화건설은 포레나 인천연수 외에도 충남 천안시, 대전 등에서 민간공원 특례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숲세권’ 수요 늘면서 인기 ‘쑥쑥’
건설사들이 민간공원 특례사업에 나서는 건 청약시장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대규모 공원을 앞마당처럼 사용할 수 있는 점도 인기몰이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자들이 녹지가 가까운 숲세권 단지를 선호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사업지가 대부분 조정대상지역 등 규제지역에 속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통제 등으로 분양가가 낮게 책정되는 것도 관심 요인이다.
대우건설의 ‘기흥 푸르지오 포레피스’와 ‘영흥공원 푸르지오 파크비엔’은 1순위 청약에서 각각 9.9 대 1과 15.2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대출 기준과 청약 요건이 까다로운 투기과열지구인 것을 고려하면 높은 경쟁률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민간공원 특례 단지들의 매매가도 강세다. 지난해 9월 4억6900만원에 팔렸던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 롯데캐슬 골드파크’(919가구)는 올 9월 6억9700만원에 손바뀜했다. 1년 사이에 48.6%(2억2800만원) 뛰었다. 2016년 의정부시 직동공원 부지에 공급된 이 단지는 국내 1호 민간공원 특례 단지다.
일각에서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성격상 분양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원과 함께 아파트를 조성하다 보니 일반적인 아파트와 비교해 사업비가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지어지는 아파트는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분양가 통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