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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호 기자의 열려라! 우리말] 목례보다 '눈인사'가 정겨운 느낌을 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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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46대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당선인이 승리를 선언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그가 국정인수를 준비하기 시작한 지난달 초. 외신을 통해 들어온 한 장의 사진이 우리말과 관련해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한국전쟁 기념비 앞에 헌화한 뒤 경례하고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목례로 할 수 없어
그의 경례 동작은 오른손을 왼쪽 가슴에 댄 것이었다. 이를 두고 일부 독자들 사이에서 “이것도 경례라고 하느냐”란 의문을 제기했다. 경례는 손을 이마에 붙여 하는 게 아니냐는 뜻이었다. ‘경례(敬禮)’는 공경의 뜻을 나타내기 위해 인사하는 행동이다. 이것은 넓은 의미에서의 정의이다. 따라서 경례에는 수많은 동작과 방식이 있다. 사람이 하는 것뿐만 아니라 총이나 대포를 쏘는 예포사격도 있고 의례 비행도 있다. 사람의 동작도 고개를 숙여서 하기도 하고, 오른손을 펴서 이마 오른쪽에 대기도 하고, 왼쪽 가슴에 대기도 한다.

일상에서 보는 ‘경례’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일반인이 경의를 표하는 행동으로, 보통 오른손을 펴서 왼쪽 가슴에 댄다. ‘국기에 대한 경례’ 등을 할 때의 동작이다. 또 하나는 좁은 의미의 경례인데, 오른손을 펴서 이마 오른쪽 옆에 대는 것이다. 이걸 따로 거수경례라고 한다. 군인이나 경찰 등 제복을 입은 국민은 거수경례를 하게 돼 있다(대한민국국기법 시행령). 이것 때문에 경례라고 하면 거수경례를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국기에 대한 경례’는 국기법에 따라 규정돼 있어서 이를 지켜야 한다. 그 요건은 ‘①국기를 주목한 상태에서, ②선 채로, ③오른손을 왼편가슴에 대거나 거수경례로 한다’이다, 예전에 한 정당 대표가 국기를 향해 허리를 숙여서 경례를 해 논란이 된 적도 있었다. 넓은 의미의 경례에는 해당하지만 국기에 대한 경례는 아니다.
‘수인사’는 손으로 하는 인사 아니야
특히 고개를 숙여서 인사하는 동작을 두고 ‘목례’라고 하는 이도 있는데, 이 역시 조심해서 써야 할 말이다. 목례는 목으로 하는 인사가 아니라 눈으로 하는 인사다. 아마도 순우리말 ‘목’과 한자어 ‘예절 예(禮)’를 떠올려 그리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말은 없고 목례(目禮)는 한자어로, 가볍게 눈짓으로 하는 인사다. 물론 눈인사를 하면서 살짝 고개를 끄덕이거나 숙이기도 한다.

흔히 “가볍게 목례로 인사했다”처럼 말하기도 하는데, 좋은 표현은 아니다. 목례에 이미 인사의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목례를 보냈다” “목례를 나눴다” “목례로 알은체했다” 식으로 서술어를 다양하게 쓰는 게 우리말을 풍성하게 만드는 길이다. 특히 목례보다는 다듬은말 ‘눈인사’가 좋은 말이다. 의미도 잘 드러나고 무엇보다 단어 자체로 정겨운 느낌을 준다.

목례와 비슷한 말로 ‘묵례’도 알아둘 만하다. 이 둘은 구별하는 게 쉽지 않은데, 묵례(默禮)는 ‘말없이 고개만 숙이는 인사’다. 이 말은 널리 쓰이지는 않지만, 우리가 흔히 목례라고 하던 게 사실은 ‘묵례’인 경우도 꽤 있었을 것이다.

‘수인사(修人事)’도 잘못 쓰기 십상이다. ‘수’는 ‘닦을 수(修)’ 자다. 수인사란 ‘인사를 차리는 것’을 뜻한다. 이 말을 정확히 모르는 사람은 이를 ‘손 수(手)’로 착각하고 손으로 하는 인사, 즉 악수와 같은 것으로 알기도 한다. “수인사를 하고 통성명을 했다”고 하면 인사를 차리고 서로 성명을 알려줬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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