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재 외교관 상당수가 북한을 떠났다는 증언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대외에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해온 북한이 실제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않기 위해 사실상 외교관들을 추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라젤라 레이트 피콜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동아시아 담당 부대표는 평양에 상주하던 ICRC 직원들이 지난 2일 모두 북한을 떠났다고 밝혔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피콜리 부소장은 관련 성명에서 “ICRC 직원들이 북한에서 모든 활동 과제를 마쳤다”며 “앞으로 진행중인 대북(對北)지원 프로젝트는 중국 베이징에 있는 적십자사가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평양에 남아있는 국제기구 외국인 직원이 3명 뿐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평양에 상주했던 유엔 산하 국제기구 직원을 비롯해 40여명의 외교관 및 국제기구 직원들이 육로를 통해 북한을 빠져나와 중국 단둥으로 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평양에 남아있는 구호 기관 외국인 직원은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 2명과 아일랜드 비정부기구(NGO) ‘컨선 월드와이드’ 1명을 비롯해 총 3명뿐이다.
평양 주재 외교관들의 철수가 사실상 북한 당국에 의한 추방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달 24일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북한자유이주민 인권을 위한 국제의원연맹(IPCNKR) 총회에 참석해 “(북한 당국이) 평양에 있는 외국 대사관들을 거의 다 추방하고 있다”며 “추방이라는 표현을 안 써도 북한을 떠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태 의원은 “북한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만에 하나 외교관 중 하나가 밖에서 감염될 경우 북한에 코로나19가 확산돼있다는 걸 전세계에 증명하게 된다”고 주장을 뒷받침했다. 외교관들이 평양에 상주할 경우 공식 확진자가 ‘0명’이라는 주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라는 것이다.
북한은 최근 전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방역을 최고 수준인 ‘초특급’ 단계로 격상했다. 이에 따라 지역별 주민 이동을 통제하고 일부 상점이나 음식점, 목욕탕 등의 영업을 중단했다.
이 가운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산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의 북한 전문가 해리 카지아니스 국익연구소(CNI) 한국담당 국장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가안보 매체 ‘19fortyfive’를 통해 “김정은과 복수의 김씨 일가 내 최고위급 당국자, 지도층이 중국 정부가 공급한 백신 후보군으로 지난 2~3주 동안 백신을 접종했다”고 말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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