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KBS)가 일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브리핑 화면에 독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철거 관련 자막을 입혀 논란이 일고 있다.
공영방송의 단순 실수? 반일 감정 조장?
KBS는 지난 2일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 영구 설치 결의'라는 제목의 보도를 했다. 철거 위기에 놓였던 독일 베를린의 평화의 소녀상이 오히려 영구 설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반발했다는 내용이 골자다.문제는 첫 보도에서 썼던 영상과 자막에서 발생했다.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는 화면에 "매우 유감스럽다. (일본 입장을) 설명하면서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해 나겠습니다"는 내용의 자막이 올랐다.
KBS가 보도 화면에 활용했던 영상에서 가토 관방장관은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예방접종의 실시 체제 정비 등을 위한 예방 접종법 및 검역법의 개정'에 대해 언급했다.
가토 장관의 이날 브리핑 중 베를린 평화의 소녀상과 관련한 발언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가토 장관의 발언과 전혀 다른 자막을 영상에 입혀 논란을 빚은 것이다. 가토 장관은 당시 브리핑에서 가토 관방장관은 "계속 여러 관계자에게 접근해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에 관해 설명함과 동시에 (소녀)상의 신속한 철거를 계속 요구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첫 영상 삭제한 뒤 수정 영상 올려
KBS 공식 유튜브 채널에 이 같은 보도 영상이 올라오자 네티즌들은 일제히 가토 장관의 발언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KBS는 해당 영상을 내린 뒤 3일 영상을 수정해 재차 게시했다. 수정된 영상을 보면 가토 장관의 발언 도중 영상이 튀는 모습이 잡히기도 한다. 뒤늦게 편집을 한 흔적으로 보인다.한편 베를린시 미테구의회는 지난 1일(현지시간) 전체회의를 열고 평화의 소녀상 영구설치 결의안을 의결했다. 당초 철거명령의 대상이었던 소녀상은 내년 9월 말까지 존치되며, 소녀상 영구설치를 위한 논의도 시작된다.
앞서 미테구청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소녀상이 국제적인 전쟁 피해 여성의 인권 문제라는 점을 인정해 지난해 7월 설치를 허가했고, 소녀상은 지난 9월 말 미테 지역 거리에 세워졌다. 그러나 설치 이후 일본 측이 독일 정부와 베를린 주 정부에 항의하자 미테구청은 지난 10월 7일 철거명령을 내렸다.
이에 베를린 시민사회가 반발하고 소녀상 설치를 주관한 현지 시민단체인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가 행정법원에 철거명령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자 미테구는 철거명령을 보류했다.
KBS 측은 이와 관련해 "일본 특파원이 보내온 인터뷰용 영상과 스케치용 영상을 편집담당자가 착각해 잘못 편집한 제작상의 단순 실수"라고 해명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