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다.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수학 교과서나 문제집을 들고 와서 “엄마, 이거 모르겠어”라고 물어볼 때 등골이 오싹해진다.
아이의 두 손을 꼭 잡으며 “엄마한텐 수학은 물어보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때 어딘가로 순간이동할 마법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최대공약수와 최소공배수, 인수분해, 방정식, 함수 그래프 등…. 분명 언젠가, 어디선가 뇌세포 속을 스쳐 지나간 것임이 분명한데도 떠오르는 것은 없었다.
수학이란 두 글자만 봐도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들을 위한 책 세 권이 나왔다. 《누구나 읽는 수학의 역사》는 수학 저술가인 저자가 숫자에서 시작해 방정식과 함수를 거쳐 컴퓨터에 이르기까지 학교에서 배우는 대표적인 수학 영역 14가지를 중심으로 수학사를 정리했다. “수학은 왜 배우냐”는 투덜거림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계속 이어져 왔다는 사실을 소개한다. 고대 수학자 유클리드의 한 제자는 스승에게 “도대체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나요”라고 물었다. 19세기 러시아 수학자 니콜라이 로바쳅스키는 “아무리 추상적인 수학도 언젠가는 실제 세계에 적용되어 쓰인다”고 말했다. 저자는 14가지 수학 영역의 탄생 배경과 발전 과정, 쓰임새를 언급하면서 ‘사유의 학문’인 수학의 특징도 설명한다. “수학 공부에 만만한 길은 없다. 스스로 원리를 깨치고 이해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100여 장의 사진과 만화를 담았다.
《수학 하지 않는 수학》은 수학자이자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기업인 어낼리틱스 벤처스의 기계학습부 이사인 제이슨 윌크스가 “더하기와 곱하기만 알면 누구나 명쾌하게 수학을 이해할 수 있고 혼자서도 가뿐하게 미적분을 풀 수 있다”는 새로운 수학 공부법을 제시한 책이다. 집합, 행렬, 삼각함수, 미적분, 확률 등 순서로 구성된 기존 수학 교과과정을 거부한다. 1차원 ‘선’에서 출발해 다차원 ‘시공간’까지 찬찬히 확장해나가며 우리가 사는 세상을 설명하는 언어인 수학을 알려준다. 저자는 “수학은 공식을 외우고 주어진 시간 안에 문제를 푸는 것이 목적인 지루하고 어려운 과목이 아니다”고 강조한다. “수학 공부는 보이지 않던 것을 드러내는 과정이며 새로운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초대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365 수학》은 1941년 설립된 대한수학회가 2014년 서울 세계 수학자 대회 기념상품으로 만든 ‘수학 달력’, 네이버 지식백과에 연재한 ‘365일 수학’에 이어 추진하는 대한수학회의 수학 대중화 프로젝트다. 박부성 경남대 수학교육과 교수, 정경훈 서울대 기초교육원 교수, 이한진 한동대 글로벌리더십 학부 수학 전공 교수, 이종규 숭실대 수학과 교수, 이철희 고등과학원 연구원 등 다섯 명이 함께 썼다. 수학이 경제학, 생명과학, 통계학, 심리학 등 우리 생활 속 많은 분야에 기여한다고 설명한다. 또 삶 속 ‘지적 유희’로서의 역할도 강조한다. 수학 퍼즐, 수학자들의 고군분투기, 정답이 없는 수학 증명, 도전자를 기다리는 난제 등 365+1개(윤달 포함)의 수학 이야기를 1년간 매일 1편씩 읽을 수 있도록 엮었다. 피자를 최대한 많이 나누는 법, 사다리 타기의 수학, 넥타이를 매는 모든 방법의 개수, 핵폭발에서 살아남는 법 등을 소개하며 “결국 모든 것은 수학으로 통한다”고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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