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에 돈이 몰리면서 베트남 펀드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신흥국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했던 인도 증시도 급등하고 있다. ‘조 바이든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신흥국으로 자금을 끌어들였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으로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설정된 23개 베트남 주식형 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2.34%로 집계됐다. 글로벌 각국에 투자하는 여러 펀드 가운데 가장 수익률이 높다. 같은 기간 중국 펀드 수익률은 2.95%에 불과하다. 베트남 펀드의 최근 6개월 수익률도 12.86%다. 연초 이후 수익률이 3% 수준에 불과하지만 최근 수익률이 크게 뛰었다.
상품별로는 ‘유리베트남스마트분할매수목표전환형’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이 18.19%로 가장 성과가 좋았다. 이어 ‘NH-Amundi베트남레버리지’(17.04%), ‘KB베트남포커스’(16.34%), ‘KB스타베트남VN30인덱스’(15.24%), ‘삼성베트남’(15.02%) 등이 상위권에 들었다.
최근 펀드 성과가 좋아진 것은 베트남 주가가 크게 오른 덕이다. 베트남 VN지수는 지난 3월 650선까지 폭락했다가 이달 1000선까지 급등했다. 금융, 부동산, 필수소비재 등 내수 영향이 큰 경기민감주가 시가총액 상위주를 구성하고 있는 베트남 증시는 코로나19에 유난히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면서 반등 속도도 빠르다. 베트남 정부는 당초 2.5%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달 3%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6%다. 글로벌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되는 MSCI가 프런티어시장(FM) 지수에서 베트남 비중을 높이기로 한 점도 증시에 호재로 작용했다. MSCI프런티어시장지수에 따라 투자하는 글로벌 액티브 펀드 자금은 40억달러에 달한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베트남이 뚜렷한 경기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익 추정치와 지수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며 “VN지수 상승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인도 시장도 주목받고 있다. 인도 센섹스지수는 최근 사상 최고치인 44,000선까지 올라섰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낭보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신흥국 증시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는 신흥국 중에서도 최근 글로벌 자금이 가장 큰 폭으로 유입되고 있는 시장이다. 경기 회복세가 가파른 데다 글로벌 제조 수요가 늘어나면 가장 혜택을 볼 국가로 꼽히기 때문이다.
국내외 투자업계에서는 인도를 내년 가장 유망한 투자처로 꼽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이달 들어 잇따라 인도 주식시장에 대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인도 니프티50지수가 내년 말까지 14,10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도 센섹스지수 기준으로 내년 말 목표치를 50,000선까지 제시했다. 현재 사상 최고인 주가 수준보다 모두 10~15%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내 25개 인도 투자 공모펀드의 6개월 수익률은 30%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한다. 미국에서 강도 높은 경기부양책을 펴면 달러 약세로 신흥국으로 돈이 흘러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MSCI아시아태평양 지수(일본 제외)는 2018년 1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바이든이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킬 가능성이 높고, 저금리 유지로 달러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 투자자의 관심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